[20대 대선 특집-벽보 만평] 윤석열 후보 얼굴만 왜 아래로 앉혔을까?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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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2 11:30 | 최종 수정 2022.05.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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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석열 얼굴만 낮게 올렸지?"
경남 진주에 사는 60대 심 모 씨는 지난달 18일 붙인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후보를 어필을 하려면 밝게 웃고, 힘이 있고, 더 크게 보이려고 하는데 이상했다.
제 20대 대선 포스터는 전국 8만4880여 곳의 벽에 붙어있다. 심 씨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얼굴 표정과 사진의 위치, 색상, 문구 등 후보를 이미지 메이킹 하려는 소속 정당의 전략들이 담겨 있다. 포스터 한장의 크기는 가로 52㎝, 세로 76㎝다.
디자인·광고·포스터·사진 전문가들이 언론에서 밝힌 내용을 종합한다.
주요 정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1번)-윤석열 국민의힘(2번)-안철수국민의당(4번)의 공통점은 당의 상징색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심상정 후보(3번)만 배경에 색깔을 넣었다.
이 후보의 벽보는 흰 배경에 치아를 드러내며 밝게 웃는 모습을 담았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은 ‘위기에 강한!’이라는 작은 문구에만 넣었고, 이름과 1번 숫자를 다른 후보보다 돋보이게 키웠다. 모나지 않고 사람 좋게 보이려고 애쓴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지원씨는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선거 포스터의 시각적 힘인 명시성 싸움으로만 보면 이 후보의 포스트가 돋보인다. 얼굴 크기와 눈의 높이,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대비, 후보 이름과 기호의 선명함 등 주어진 공간을 허투루 쓴 구석이 없어 ‘일 잘하는 후보’라는 메시지에 집중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달리 얼굴 사진과 기호, 이름을 작게 배치한 게 특이하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슬로건을 위로 내세우려니 이러한 배치를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인 박시영 씨는 “두 줄짜리 문장이 인물 위로 올라가 있어 화면이 이분할되면서 메시지에도, 사진에도 눈이 안 간다"면서 "대선 벽보는 나란히 붙여놓는데, 혼자만 아래로 꺼져 있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여미영 스튜디오 디쓰리 대표는 “(얼굴의) 단차를 내려 눈높이를 낮추고 이름도 작게 넣어 편안함과 겸손함을 표현하려고 했을 수 있다"면서 "'국민이 키운…'이란 텍스트 아래 인물을 배치한 건 국민의 아래에 있겠다는 뜻을 표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또 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은 2번 숫자에만 넣었다.
심 후보는 당의 색인 노란색을 배경으로 넣고 기후위기 극복을 상징하는 녹색 옷을 입었다. 노란색이 전체 포스터 중 다른 색채감을 드러내고 ‘복지 공약’에도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안정을 택했다. 활짝 웃는 대신 미소만 머금었다. 다만 경직된 느낌이고 턱 밑이 너무 어둡고 명암이 강해 사진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대선 때는 손을 번쩍 치켜든 사진으로 기존의 포스터 문법을 파괴했었다.
김상훈 전 광고학회장은 “세로 쓰기는 요즘 포스터엔 잘 쓰지 않는다. 글자 위치도 얼굴 왼쪽에 있어서 시각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