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실을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청와대 자리를 비우고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광화문 시대'를 여는 구상이 골자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11일 "대통령실은 정무와 공보 역할을 할 참모만으로 대폭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실을 방문, 당선 사례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이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행정부에서 인원을 파견받고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모셔 위원회를 맡도록 할 것"이라며 "외국인도 위원회에 넣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률상 국가 안보 분야가 아니면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으며 민간인 자격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들인다면 외국인도 보안·기밀 업무를 취급하게 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실을 집무실로 개조하고, 4∼5개 층을 비워 민관 합동위원회를 두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의 골간인 핵심 정책의 대부분은 이 위원회 결재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일주일에 최소 한 차례 이상은 취재진을 상대로 위원회 결정 사항을 직접 브리핑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청와대가 아닌 정부서울청사로 나와 근무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이 수석이 "문재인 정부도 검토하다 실패했다"며 경호상의 문제를 꺼내자 윤 당선인이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그것이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또 "청와대 위민관 건물이 노후해 부실하다는데, 보강 공사를 하든지 해서 다음 사람한테 쓰도록 넘겨주더라도 나는 광화문으로 나올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청와대와 부속 건물, 관저 등은 국민에게 개방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관 조성 등 구체적인 이용 방안은 취임 후 국민 여론을 고려해 확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청와대 부지 주변의 군사 시설을 이전하고, 건축 규제도 획기적으로 풀어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청와대 밖에서 최고의 지성들과 조선 시대 '경연'에 버금가는 토론을 벌이고, 밤늦게까지 도시락으로 식사하면서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방궁' 같은 청와대에 앉아서는 원활한 업무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윤 당선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는 스타일"이라며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에 재고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