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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정착 출산장려금 받고 몇년 후엔 떠난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3.16 15:16 | 최종 수정 2022.03.16 19:46 의견 0

농어촌 지자체들이 출산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주는 출산장려금이 귀농·귀어 등 농어촌 정착에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돈만 주는 정책의 한계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제공

▶ 출산장려금 무용지물

16일 감사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남 해남시는 지난 2012년부터 첫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아이의 어머니 중 27.5%는 출생 6개월 안에 해남에 전입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출산장려금을 받은 아이의 26%, 어머니의 22%는 해남을 떠났다.

해남군은 이 제도를 통해 정착인구를 높이려 했으나 해남의 0세 인구는 2012년 810명에서 5년이 지난 2017년의 5세 인구는 519명으로 오히려 36% 줄었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남의 역설’이라고 한다.

전남 영광군도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으로 3년 연속 전국 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군의 전체 인구는 2013년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농촌소멸 우려 지역이 많은 경북의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군위군은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된 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위 연령은 60.8세(2020년 기준)다. 한국 전체의 중위 연령은 43.7세다. 인구가 줄면서(2월 현재 2만3053명) 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었던 군위병원은 지난 2014년 문을 닫았고, 소방서 대신 출장소 격인 119안전센터만 남았다.

이로 인해 많은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대구·포항에 기숙사가 있는 중·고교로 보낸다. 일거리를 찾는 청년 세대도 대구 등 가까운 도시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인근 대도시가 중소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출산장려금은 헛돈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지자체장들이 근본적인 분석을 통한 인구 유입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채 돈(보조금)만 지원하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다.

지자체장들은 인근 다른 시·군보다 지원금을 적게 주면 당장 다음번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기가 힘들어 가능하면 돈을 더 많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 농어촌 현실

이 같은 농어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가 작년에 발표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18일 '인구감소지역'으로 시·군·구 89곳을 처음으로 지정했다. 전남과 경북이 각각 15곳으로 특히 많았다. 특히 전남 고흥과 경북 군위는 인구 소멸 위기가 가장 위험했다. 10년간 매년 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지자체들의 자구 노력을 도울 방침이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당시 인구감소지수와 관련해 "연평균 인구증감률은 5년 간의 증감률뿐 아니라 20년 간의 증감률까지 포함해 지수에 반영했다"며 "지수의 합이 1인데 연평균 증감률이 0.234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년 순이동률, 주간 인구,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組出生率·출생의 빈도를 나타내는 통계비례수), 재정자립도 등 대체로 0.1대에 분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집중화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말로만 지방을 들먹이지 수도권 집중도는 더하다. 문재인 정부까지 대동소이 했다.

예컨대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이 강남을 중심으로 자를 재듯 쏟아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얼마전의 수도권광역철도(GTX) 노선을 두고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에 노선이 들어오면 '강남까지 몇분 안에 갈 수 있다'는 식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수도권에만 집을 더 짓고 광역교통망을 깔면 비수도권은 버티기 어려워진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비수도권의 인구문제를 치유하는 비용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지자체 단위에서까지 지원 체계를 나누다 보니 액수도 적고, 돈만 주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크지 않다”며 “인근 도시들이 공동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드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 사는 정 모(40) 씨는 "청년창업 지원사업 등과 같은 돈만 주는 사업말고도 청년들이 농어촌에서 오래 정착해서 살 수 있는 시책을 발굴하고 관련 인프라를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책은?

농어촌에 정착해 가족이 생업을 하는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본업인 농어업은 물론 기족이 인근에 괜찮은 기업들에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장기 정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은 알고는 있다.

행안부 박 실장은 "인구 이동이 주로 군 단위 지역에서 거점도시로 가고, 또 거점도시에서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가는 구조이며, 결국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데는 인구의 사회적 유출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청장년층이 지역으로 돌아와 정주하는 방법 혹은 해당 지역과 주기적으로 교류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인구 활력 계획의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인구 활력 계획 수립을 위해 올해 정부 예산안에 30억원 정도를 신규 반영해 지역별로 정확하게 진단 분석을 하고, 지역 주도로 자체적인 인구활력 계획을 수립할 때 컨설팅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방인구 감소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만한 국고보조사업(52개, 총 2조 5600억원 규모) 대상 지자체를 선정할 때 인구감소지역에 가점을 주고 사업량을 우선 할당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재정·세제·규제 등에서 특례를 주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지자체 간 특별지자체 설치를 돕고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지자체 배분 재원으로 복수 지자체 간 생활권 협력사업을 돕는 등 지역 간 협력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 인구정책 방향과 관련, “지역균형발전을 이뤄 일자리 기회가 균형을 잡아야만 청년의 지향점이 다원화 되면서 아이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에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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