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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젊은 쥐에 '늙은 피' 주입 했더니 실제로 늙었다

젊은 쥐 실험 결과, 2주 후 노화 세포 급증
세포 분비물 전신 퍼지며 노화 촉진한 듯
늙은 피 '노화 작용'이 젊은 피 '회춘 효과'보다 커
고대 의대와 미국 UC버클리대 공동 연구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8.14 16:33 | 최종 수정 2022.08.14 16:52 의견 0

나이가 듦에 따른 회춘 희망은 인간의 근본 바람이자 욕망이다. 중국 진시황이 5000명을 풀어 '불사(不死)의 영약'을 구하려 했다고 한다. 타계한 국내 굴지의 기업 창업주가 젊은 피를 자주 수혈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말도 있다.

'젊은 피'의 회춘 효과는 당연히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최고의 관심사다. 지난 2010년대 이후 '피와 노화, 회춘'의 상관 관계는 과학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아왔고, 동물 실험을 통한 연구도 여럿 발표됐다.

고려대 의대와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대사’ 온라인에서 젊은 쥐에게 늙은 쥐의 피를 수혈하는 실험을 한 결과 젊은 쥐의 노화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나이 많은 쥐의 혈액을 어린 쥐에 주입하면 어린 쥐의 근력이 감소하는 등 노화가 가속화했다. 반대로 나이 많은 쥐에 노화세포를 없애는 '세놀리틱'을 주입하면 노화 증상을 막아주었다. 전옥희 교수 제공

▶ '회춘 수혈' 반대 실험

위에서 언급한 '회춘 수혈'과 반대의 실험을 한 것이다. 그동안 '젊은 쥐'와 '늙은 쥐' 간의 상호 수혈 실험에서 늙은 피를 수혈한 젊은 쥐의 건강이 악화 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미국 피츠버그대와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에 젊은 쥐의 혈액에 있는 세포 밖 소포체의 회춘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또 젊은 피의 혈장이나 줄기세포에서 회춘 원인을 찾는 연구도 있었다. 2005년 115세로 사망한 네덜란드의 한 여성 혈액에선 줄기세포가 단 2개만 남아 있었다.

고대-UC버클리의 공동연구에서 논문 제1저자로 참여한 전옥희 고려대 의대 교수(의생명과학)는 “연구의 출발은 그동안 젊은 피의 회춘 효과로 알려진 것이 젊은 피 때문이 아니라, 젊은 피가 추가되면서 늙은 피의 노화 기능이 희석된데 따른 것 아니냐는 의문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암이 피를 타고 전이 되듯 노화도 전이

연구진은 생후 3개월 된 젊은 쥐에게 2년을 산 늙은 쥐의 피를 수혈했다.

2주가 지나자 젊은 쥐의 몸에서 노화세포 수가 크게 늘어났고 이어 간과 뇌, 신장 등 여러 기관의 세포가 손상을 입고 세포분열을 멈췄다. 죽지는 않고 일종의 좀비세포로 존재했다.

근력도 늙은 쥐의 피를 수혈한 뒤 약해졌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 늙은 피 주입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의 정도가 젊은 피 주입에서 보였던 긍정적 효과와 같거나 그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혈액 내 노화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자들이 혈액 속을 돌면서 젊은 쥐의 세포와 조직을 노화시키는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암 유발 물질이 혈액을 타고 몸 전체로 퍼지면서 암을 전이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화세포는 증식을 멈추는 대신 염증성 물질과 단백질 분해 효소 등을 분비했다. 이를 노화 연관 분비표현형(SASP)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노화세포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이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노화 치료 연구에 새 패러다임 제시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 과정이 단순히 생물학적 시간의 흐름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노화 전이를 통해 가속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포 노화가 단순히 쓰면서 닳아 해어지는 마모 때문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노화 치료 연구는 '노화 세포'를 처리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나 이번 연구는 '노화 전이'라는 메카니즘을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접근법이라는 설명이다.

공동연구자인 콘보이 교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세포 노화는 노화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는 그동안의 임상시험에서 노화세포를 제거해주는 약물(세놀리틱)이 기대보다 덜 성공적이었던 이유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노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개발한 세놀리틱 약물이 많은 임상실험에서 실패했다”며 “이번 연구에서 세포가 아닌 세포 유래 물질을 매개로 노화 전이가 다양한 조직에서 일어난 과정이 밝혀진 만큼 세놀리틱 물질의 개발 초점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옥희 교수는 “다음 연구 과제는 구체적으로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 댓글 모음

- abcd****/ 근데 원래 노화의 원인은 텔로미어가 짧아져서라며 점점? 그러면 늙은 피가 들어오면 탤로미어가 긴 정상세포들도 갑자기 분열을 그만두고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는건가. 왜?

- topj****/ 원인을 알면 답을 얻을 수 있으니까. 곧 150세 시대가 오겠다.

- autm****/ 수혈 받을 때 혈액 공여자의 나이를 확인해야 하나.

- jjoo****/ 어차피 전체 헌혈량 40% 이상이 군부대 20대 남성한테서 나옴. 정작 여성 피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는 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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