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려도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은 혈액형은 O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혈액형과 코로나19 중증화는 관련이 없다는 일부 연구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과 케임브리지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과대 등 공동연구팀은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지난 3일자로 국제학술지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실렸다.
연구팀은 5504개의 유전체를 통해 3000여종의 단백질을 분석,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 유발 단백질 6종, 위중증 또는 사망으로부터 보호하는 단백질 8종을 식별해냈다.
멘델무작위분석법(MR)이라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 혈액 내 단백질이 중증 코로나19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평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위중증 등을 유발하는 단백질 가운데 혈액형을 결정하는 단백질인 ‘ABO’가 포함됐다.
ABO 단백질 외에도 5개 단백질(GCNT4, CD207, RAB14, C1GALT1C1, FAAH2)도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또는 사망 유발과 인과관계가 있었다. 특히 GCNT4가 가장 인과성이 높았다.
혈액 내의 SELL, SELE, PECAM-1 단백질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위험, 인공호흡기 치료 또는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또 LCTL, SFTPD, KEL, ATP2A3 단백질 수치가 높을수록 입원 위험 감소했으며 ICAM-1 단백질 수치가 높을수록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거나 또는 사망 위험이 줄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서 볼 때 O형을 제외한 혈액형이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 가능성이 더 크다”고 결론지었다.
관련해 "중증 코로나19 발병 위험과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단백질 중 하나가 혈액형을 결정한다. 이는 사람들이 중증 형태의 질병에 걸리는지 여부에 혈액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이전 연구에서 A형의 위험이 가장 크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어 A형에 대한 후속 연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 집단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잠재적으로 가치있는 표적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앞서 다수의 연구에서 A형 보유자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가 다른 혈액형보다 크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난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표됐던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중 A형이 가장 많았으며 비감염자들 가운데서는 O형이 가장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공동 연구팀도 '9q34.2' 유전자가 관여하는 ABO 혈액형의 경우 A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코로나19의 위험도가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A형이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이 A형 혈액과 잘 결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독일 연구팀도 2020년 6월 이탈리아와 스페인 병원 7곳의 중증 환자 1980명,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 2000여 명을 분석해 A형의 중증 확률이 50% 높다는 연구 결과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했다.
반대로 미국 유타주 인터마운틴 메디컬센터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4월 5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코로나19와 ABO 혈액형 사이에는 어떠한 구체적인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