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가 경남도기념물인 구산동 고인돌(지석묘) 복원 및 정비 공사를 하면서 유적의 땅 밑 문화층(특정 시대의 문화 양상을 알려주는 지층)을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17일 ‘구산동 지석묘 훼손 관련 진행 상황 및 사실 관계’ 설명 보도자료를 내고 “지석묘 부근의 문화층 파괴로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항이 확인돼 총책임자인 김해시장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후 김해중부경찰서에 홍태용 김해시장을 형사고발했다.

원래 묘역을 파괴하고 무단 복구한 현재의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거대한 상석 왼쪽의 박석을 모두 뽑아낸 뒤 보도블록을 깔듯 다시 박아놓았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구산동 유적의 형질 변경(훼손) 범위 및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산하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 11~12일 긴급 조사를 벌인 결과 고인돌 상석의 주변부에서 문화층의 일부(20㎝ 전후)가 유실되고, 정비사업 대상지의 저수조, 관로시설, 경계벽 설치 부지는 굴착으로 문화층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발견 뒤 세계 최대 규모로 판명된 고인돌 유적의 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박석 묘역과 그 지하층 유적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김해시가 두달여 전 전문가들의 공사 중단 건의를 묵살하고 작업을 강행한 사실까지 드러나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돌과 흙을 가려내는 ‘그물삽’을 장착하고 구산동 고인돌 묘역 안에서 작업 중인 소형 포클레인. 뒤쪽에 보이는 것이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상석이다. 고고학계 관계자가 제보한 사진이다. 한겨레신문 제공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이청규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원장과 박종익 경남도문화재위원, 강동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지난 5월 25일 김해시가 연초 사적 지정을 신청한 구산동 고인돌 정비 현장을 방문해 예비타당성 검토 조사를 했다.

당시 이들은 유적 권역에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드나들면서 배수펌프 관로와 묘역 내 부석 설치 등 정비공사를 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훼손이 우려되니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의견을 시 관계자에게 구두로 전달했다.

또 문화재청에 '정비 사업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진정성, 완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더경남뉴스 정창현 기자 gaia008@naver.com 정창현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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