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량 횡단보도 앞에선 무조건 선다'… 일시정지 한달 우회전 사고 절반 줄어
개정법 시행 후 10일까지 작년?동기비?51% 줄어
전문가 “전용 신호등 확대 필요”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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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01:34 | 최종 수정 2022.11.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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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차가 왜 아무 이유없이 서 있지?"
50대 여성 최모 씨는 요즘, 집 인근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차량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파트 단지의 학교 앞과 우회전 구간에서 유독 많이 보인다. 어떨 땐 운전사에게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했다고 한다.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전면 시행된 지 한 달정도 지나면서 이전에 보지 못한 이 같은 광경들로 보행자가 먼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자리하면서 차로에서의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는 72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83건보다 51.3% 감소했다. 사망자도 18명에서 7명으로 61.1%가 줄었다.
개정법 시행 전 1개월(6월 12일~7월 11일)과 비교해도 우회전 교통사고는 45.8%, 사망자는 30% 줄었다.
특히 ‘우회전 시 일시 정지’가 잘 지켜지면서 도로에서의 교통문화가 한단계 더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우회전 시 일시 정지가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고 규정이 헷갈린다는 반응도 여전하다. 예컨대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있어 멈췄는데 뒤에서 오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 경우다. 아직까지 규정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
특히 차량 운전자들은 ‘보행자 신호가 녹색이지만 보행자가 없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
이 경우엔 통행하려는 보행자가 없다면 멈추지 않고 서행 우회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보행자 신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차가 많다. 이 때문에 우회전을 하려는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규정이 확 와닿지 않고 애매해 더 잘 지켜지는 역설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정비와 함께 우회전 전용 신호등 확대 등 보행자 친화적인 교통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차량 운전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한해 교통 범칙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 9000억원을 교통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면 예산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오는 10월 11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면서 정책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가 화제가 되면서 현장에서는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사고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법이 빠르게 정착돼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