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영국 토트넘)은 카타르 월드컵 직전에 안면 골절상을 입어 보호대를 쓰고 월드컵에 임했다.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흘려내리는 보호대를 손으로 올리거나 보호대 안에 땀이 범벅이 된 모습이 자주 중계 방송에서 잡혔다.

이러다 보니 골라인 부근에서의 공놀림이 정교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손흥민에 대한 큰 기대감에 실망감도 가졌다. 하지만 역시 팀의 리드였다.

한국은 3일 새벽(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물리쳤다. 그리고 같은 시각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제압하면서 포르투갈에 이어 한국은 2위로 16강에 올랐다.

손흥민이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펑펑 울고 있다.

후반 추가시간 한국의 골라인 부근. 포르투갈 진영으로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질주가 나왔다. 한국 진영에서 공을 따낸 손흥민이 70m 가까운 거리를 내달렸다.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6명이 손흥민을 뒤따랐고, 서너명은 골라인으로 올라와 손흥민의 패스를 막으려고 했다.

손흥민은 포르투갈 선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황희찬(26·영국 울버햄프턴)에게 패스했다. 볼을 받은 황희찬이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승부처마다 손흥민이 보여준 '에이스의 품격'이었다.

역전골이 들어가자 손흥민이 또 울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16강 진출은 가장 낮은 확률을 갖고 있었다. 우선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겨야 하고, 우루과이가 가나와 비기거나 2점차 이내 승리를 챙겨야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2-1 승리를 확정짓자 손흥민이 드러누워 흐느끼고 있다.

정말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한국은 0-1로 지다가 김영권이 전반전에, 황희찬이 후반전에 골을 넣어 2-1로 이겼고, 우루과이가 전반전부터 가나를 2-0으로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를 승리로 끝냈지만 우루과이-가나는 8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주장 손흥민은 포르투갈전 승리 직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흥분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뒤 어깨동무를 하며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우루과이-가나전을 가슴을 졸이며 봤고, 경기가 우루과이의 2-0 승리로 마무리되자 손흥민은 다시 울었다. 천신만고 끝에 16강 열차를 탄 눈물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16강 진출 확정 후 태극기를 펼쳐놓고 환호하고 있다. 이상 SBS 중계 캡처

손흥민은 국가대표로 뛴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 에서 탈락했고, 이때마다 펑펑 눈물을 쏟으면서 울보 별명을 받았다. 이번에도 울음은 터뜨렸지만 국민들은 그 눈물의 의미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생각처럼 어려운 경기였다. 초반 실점을 하면서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18년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러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결과까지 얻어서 더 기쁘다.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울면서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을 상당히 많이 기다려왔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생각보다 더 잘해줬다. 주장으로서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채워줬다”고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손흥민은 “국민들의 응원이 있어서 한 발 더 뛸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았다. 나보다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16강 진출이 가장 큰 목표였다. 축구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며칠 동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16강전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