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부경남 농가에서 들개화 된 유기견들의 습격으로 흑염소, 닭 등 가축의 폐사 피해가 잇따라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는 가축 농가들의 잇단 피해 신고에 포획틀 대여 등의 조치를 하지만 전혀 성과가 없는 임시방편일 뿐이란 지적이다. 현행 총포 등 사용을 규제한 법을 바꿔 포획틀이 아닌 마취총을 사용해 잡은 뒤 중성화 조치 등을 할 수 있어야 피해를 줄인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피해 실태
15일 경남 진주시 문산읍의 한 흑염소 사육농가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염소 농장에서 기르던 염소 15마리가 들개의 습격으로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들개들은 이 농장의 대부분 흑염소를 물어뜯어서 죽였다.
이 농장은 600만 원 이상의 금전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으로선 보상을 받을 길은 없다.
이 같은 들개들에 의한 피해는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진주시 진성면의 A 흑염소 농장은 120여마리의 흑염소를 키우는데 매년 때마다 들개가 찾아와 2~3마리를 물어죽이고 있다. 근자에만 지난해 10월 2마리가 물려죽였고 1주일 전에도 이들의 습격에 한마리가 죽었다. 하지만 대책 마련은 난망하다.
A 흑염소 농장의 대표 정 모 씨는 "하루 중 흑염소를 방목도 하지만 24시간을 농장에서 지킬 수는 없다"면서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진주시 이반성면 B 양계장에서 키우던 닭 300여 마리가 유기견의 습격을 받고 집단폐사했다. 이들 유기견은 닭장에 들어와 시쳇말로 닭장을 돌아다니며 쑥대밭을 만들어놓았다.
A 농장 정 대표는 "들개들이 가축을 잡아먹기 위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가축들이 보이면 무조건 공격해 물어죽인다"면서 "가족 농장주 입장에서는 유기견이 멧돼지 정도로 포악한 동물"이라고 진단했다.
▶미흡한 대책-법망에 막혀 두 손 놔
진주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예산을 들여 들개를 포획하고 있다"며 "들개의 습격 등으로 불안하거나 불편을 겪는 시민은 읍면 사무소에 신고토록 하고 포획용 틀을 무상대여해주고 있으니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 대처법은 전혀 효과가 없다.
들개 피해를 본 한 농장주는 "지자체에서 대여한 포획틀을 축사 근처에 설치를 했지만 한번도 포획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멧돼지 사냥 허가처럼 총으로 사살하는 방안 외엔 별 무소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 사용은 현행법에 막혀 있다. 현행법상 들개는 모두 유기되고 유실된 동물(개)에 해당된다. 들개들을 집을 나오거나 버려진 유기견이 야생화 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들개 무리가 몰려다니며 애써 키워온 가축을 무차별로 공격하는데도 총으로 사살해서는 안 되는 동물이다. 들개의 공격에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총기 등으로 유기견을 사살하면 현행 총포화약법 위반 등으로 처벌을 받는다. 개는 총기 사용이 허락된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환경부가 정하는 유해야생동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야생생물법 제2조)으로 서식밀도가 높아 농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나 고라니, 또 전력 시설에 피해를 끼치는 까치 등이다.
대신 환경부는 들개의 포획 지침을 두고 있다.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할 때엔 총기를 이용한 포획이 아닌 기타 다른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포획틀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에 흑염소 피해를 본 농장주와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야생 들개는 자주는 아니지만 사람도 공격할 만큼 무섭다. 문제는 없애거나 잡아서 중성화를 시킨다든지 해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면서 "실효성도 없는 포획틀만 대여할 게 아니라 마취총을 사용케 해 개최수를 줄이는 것이 근본 대책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총을 쏘지 못하더라도 법을 신속히 바꿔 마취총은 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