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민주당, '이인규 회고록'에 격앙…"노무현 두 번 죽이는 것"
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들 앞다퉈 맹비난 나서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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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17:41 | 최종 수정 2023.03.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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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과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담은 회고록을 발간하자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 전 중수부장의 회고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 ▲당시 문재인 변호사의 변호 활동이 부족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막지 못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사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정치수사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 씨에게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회고록에 언급된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과 140만 달러 뇌물 등의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권양숙 여사가 고(故) 박연차 회장에게 시계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뇌물로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 씨 주택자금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박 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이 전 중수부장이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권 여사가 타향살이 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재단은 정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이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범죄라는 주장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전혀 몰랐고,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돈은 외환법을 피하기 의해 외교행량으로 보내졌다고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노무현을 죽음 몰아간 장본인", "검사정권 뒷배 믿고 날뛰어"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격한 단어를 끌어와 몰아쳤다. 그동안 틈 나면 '논두렁 시계'는 가짜라고 주장해왔던 터라 '단 한치의 물러섬'은 자신들의 위상은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상징성이 도루묵이 된다는 급박함도 묻어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전 부장이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전 부장은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청와대 등에서 망신 주기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자신의 잘못을 고인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고인에 대한 표적·기획 수사가 정당화 되지도 않고, 그 책임도 지워지지 않는다"며 "일방적 주장으로 항변할 수 없는 고인을 욕보이는 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검사가 검사 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변호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선 "왜 전관예우를 활용하지 않았냐는 거다. 쉽게 말해 왜 검사들 접촉해 정보도 얻고, 방향을 협의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정치검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전해철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무도한 거짓 주장과 파렴치 한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며 "사실의 적시라기보다 자신의 관점과 시각에서 두 분 대통령을 왜곡되게 묘사하고 폄훼한 것으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