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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은 여름 문턱인 '소만(小滿)'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5.21 14:36 | 최종 수정 2023.05.22 04:07 의견 0

오늘(21일)은 24절기 가운데 8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입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해 가득찬다고 해서 찰 만(滿)자를 썼습니다. 소만 절기는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있는데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왕성하게 성장합니다.

이 무렵이면 이른 봄에 나오던 냉이는 없어지고 씀바귀 등의 나물이 나옵니다. 잎을 뜯어 데치거나 무쳐서 나물로 먹습니다. 산과 들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때이고, 보리 이삭은 노란색을 띠기 시작합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들녘에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 정창현 기자

중국에서는 소만 입기일(入氣日)에서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네요. 씀바귀는 꽃상추과의 다년초인데 뿌리와 줄기, 잎을 식용으로 널리 쓰입니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집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4월이라 맹하(孟夏·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적었습니다.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농가월령가 4월령 내용)

소만 무렵에는 모를 냅니다. 이른 모내기에다 가을보리 베기, 밭작물 심기 위한 김매기 등 일거리가 줄을 잇습니다.

산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이 무렵 봉숭아꽃도 피어 열아홉 순정의 처녀들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풍습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형편이 곤궁하던 옛날에는 이 무렵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때입니다. 쌀은 떨어져가고 보리가 익으려면 기다려야 하는 곤궁한 시절이지요.

소만 절기 때엔 연한 죽순을 캐다가 삶아 고추장이나 양념에 묻혀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죽순은 버섯과 같이 아작아작 씹어먹는 식감이 좋고 맛은 담백합니다. 또 '가죽자반'이라 해서 가죽잎을 따 고추장을 묻혀 말린 뒤 주전부리로 먹었지요. 이를 가죽부각이라고도 하더군요. 가죽은 참죽만 식용이 가능하고, 개죽은 못 먹습니다.

소만 무렵엔 보리가 익는 추맥(秋麥)과 대나무 잎이 누렇게 변하는 죽맥(竹麥)이 나타납니다. 죽맥은 새롭게 나오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시절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라고 부른답니다.

속담으로는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가 있는데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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