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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이야기] 오늘(6일)은 경칩(驚蟄)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06 11:28 의견 0

오늘은 '땅속의 개구리가 겨우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지난해에는 양력으로 5일이었는데 하루 늦춰졌네요.

24절기의 3번째로 앞 절기는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이고 뒤의 절기는 '봄이 온다'는 춘분(春分)입니다.

처음에는 경칩을 계칩(啓蟄)이라고 썼습니다. 중국의 한서(漢書)는 '열 계(啓)'와 '벌레 칩(蟄)'을 써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漢)나라 때 무제(武帝)때 그의 이름인 '계(啓)'를 피해 '놀랄 경(驚)'을 써 경칩(驚蟄)이라고 했다고 전합니다.

이 절기엔 날이 변덕스럽습니다. 일교차도 큽니다.

꽃샘추위도 자주 찾아와 "잠에서 깬 개구리가 얼어죽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 올해는 포근합니다. 겨울 가뭄도 지속돼 산불이 잦네요. 모레(8일) 비 소식이 있는데 많이 내렸으면 합니다.

봄기운을 맞아 얼굴을 내민 개구리. 두마리로 교접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찍은 사진이다. 정창현 기자

▶ 옛 서적이 전하는 경칩

동의보감에는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1월)에 활동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음력 9월에는 동면을 시작하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예기(禮記)나 월령(月令)에도 “2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때여서 연하고 역한 것을 돌보는 시기임을 뜻합니다.

조선 왕실에서는 경칩을 지나면 왕이 농사의 본(本)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했고,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란 풀을 상하지 않도록 불을 금했다고 합니다.

성종실록(成宗實錄)에는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해 농사를 본격 준비하는 절기로 삼았습니다.

옛날 농촌에서는 경칩이 지나면 연못이나 웅덩이를 찾아다니며 개구리나 도롱뇽이 낳아놓은 알을 건져다 익혀 먹었다고 합니다. 이들 알이 허리 통증에 좋고 허약해진 몸을 보양한다고 여겼답니다.

지봉유설에서는 경칩 때 개구리 울음으로 농사철의 수해를 점쳤던 풍속을 소개합니다. 개구리가 울지만 소리가 나지 않으면 농사철에 가물고, 개구리 소리가 나오면 물이 많아 여름철 수해가 날 것으로 여겼다네요.

또 이날(경칩)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믿어 벽에 흙을 덧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습니다. 특히 흙벽을 바르면 빈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해 일부러 발랐다고 하네요.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나무 재를 탄 물그릇을 방의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답니다.

또 조선시대 때 경칩 때 가을에 주워 간직한 은행을 연인과 나눠먹으면서 은행나무 주위를 도는 풍습이 있었는데 암수가 다른 은행나무는 붙어있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발렌타인데이이나 화이트데이와 같은 날입니다.

▶ 기지개 켜는 생물들

밭에서 자라는 보리 싹의 성장 상태를 보고 그 해의 농사를 예측했습니다.

또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나오는 수액(水液)을 마셨습니다. 고로쇠 물은 위장병 등 속병과 성병에 효과가 있습니다. 경칩 때 물의 약효가 뛰어나고, 경칩이 지나면 물이 잘 나오지 않고 나와도 약효가 적습니다.

경칩 무렵엔 냉이, 달래, 쑥 등을 먹으며 겨우내 부족했던 칼슘, 비타민, 섬유질을 보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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