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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여객기 비상문 사고, 누가 거짓말?···"승무원 가만히"(일반 승객)-"거짓말"(범인 제압 승객)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27 21:08 | 최종 수정 2023.05.28 00:37 의견 0

지난 26일 낮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 여객기 비상 출입문을 30대 승객이 연 사고와 관련해 탑승객 간에 엇갈린 진술이 나왔다. 한 승객이 방송사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대처를 문제 삼았고, 이를 본 다른 승객은 거짓말이라며 반박했다.

이날 사고는 여객기 중간에 있는 출입문에서 일어났다. 여객기 진행 방향으로 왼쪽에 위치한 문이다.

26일 출입문 개방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기 탑승객 인터뷰. 대구MBC 유튜브 영상 캡처

A 씨는 26일 “(출입문이 열린 순간) ‘뻥’ 하는 소리가 나길래 엔진이 폭발한 줄 알았다”며 “고도가 낮아지는 단계였는데 아마 30초~1분 정도만 더 빨리 열렸으면 제어가 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논란의 발언은 다음에 나왔다.

그는 “(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면서 “나는 ‘비상문 안 닫으면 착륙이 어렵겠구나. 나라도 가서 (문을) 닫아야 되나’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승무원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겁에 질려서 가만히 앉아있더라. 그냥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쪽은 완전 비명 지르고 난리였다. 무사히 착륙했을 때는 막 박수치고 기도하고 그랬다. 완전히 재난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유튜브로 본 다른 승객 B 씨가 A 씨의 인터뷰 내용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B 씨는 이 영상 인터뷰 댓글과 온라인커뮤니티에 각각 긴 글을 올려 “(이 뉴스 보도에 사용된) 영상 원본 촬영자이자 당시 피의자를 저지한 남성 승객 3명 중에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글을 적는다고 밝혔다.

사고 아시아나기 일반 승객의 인터뷰 내용을 반박한 또 다른 승객의 댓글. 이 내용을 쓴 승객은 직접 범인을 제압했었다. 대구MBC 유튜브 채널 캡처

B 씨는 “여성승무원 4명이 피의자를 붙잡았지만 키 185㎏ 이상에 몸무게 120㎏은 돼보이는 피의자를 제압하기는 역부족이었다”며 “승무원이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해서 나와 4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2명이 달라붙어 피의자를 끌어올리고 복도에 엎드리게 한 상태로 몸을 눌러 못 움직이도록 압박했다”고 사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는 “비행기 운행을 멈출 때까지 5분 정도 압박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승객 194명 중 그때 상황 해결하려고 움직인 분은 승무원과 남성 승객 3명, 복도에 대기하던 2명 등 총 10명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행기 탑승구 (출입통로) 연결 후 앞쪽 승객들은 내렸고, 피의자는 비행기 꼬리칸 쪽으로 데려갔다. 크루(승무원)의 요청으로 승객 중 의사였던 분이 진찰했다”고 덧붙였다.

B 씨는 댓글에서 A 씨를 향해 “사고 당시 진짜 움직이셨냐”고 되물었다.

그는 “덩치 큰 피의자가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해서 승무원 4명이 (그를 붙잡아) 딸려가는 상황에 저와 다른 남성 승객 2명이 붙어서 끌어당겨 엎드린 자세로 무릎과 손으로 누르면서 착륙할 때까지 압박하고 있었다”며 “착륙하자마자 승무원들은 피의자를 통제했다”고 강조했다.

B 씨는 “(A 씨가) 승무원들이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는데 그럼 인터뷰 하신 분은 뭐하셨나”라며 “사실 관계를 제대로 알고 인터뷰 하시라. 좋은 일하고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보니까 짜증난다. 거짓말 좀 하지마시라. 승무원들은 충분히 할 도리를 다 하셨다”고 반박했다.

또 “착륙하고 (승객들이) 박수치고 난리났다는데 (그것 역시 아니다), 그냥 다 놀라서 조용히 내렸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B 씨의 주장에 신뢰를 표했다.

막무가내로 승무원들을 탓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부 네티즌은 "나라도 출입문을 닫으려 했다"는 A 씨의 발언이 상황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그 상황에 비행기 문을 닫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다른 네티즌은 "특정 일이 일어나면 대놓고 비난을 하고 비판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자리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사고는 제주에 사는 30대 남성 승객 1명이 착륙 2~3분 전 213m 상공에서 갑자기 중간에 있는 비상출입문을 열면서 벌어졌다.

비상문이 열린 직후 비행기 객실 안으로 거센 바람이 들이쳐 일부 승객들은 공포에 떨었다. 여객기에 탄 194명 중 승객 9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착륙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대구경찰청은 출입문을 연 남성을 착륙 직후 체포해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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