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작은 여름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입니다. 하지만 이미 큰 더위는 보름 전에 시작됐습니다. 폭염에 폭우, 다시 폭염을 겪고 있습니다. 산과 들에는 매미소리가 들린 지도 오래됐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에 일찍 겪고 있지요.
소서는 24절기 중 11번째입니다.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의 절기이고 음력으로는 보통 6월에 드는데 올해는 윤달이 끼어 오늘은 5월 20일입니다. 양력으로는 보통 7월 5~7일에 듭니다. 참고로 24절기는 음력이 아닌 양력을 기준으로 셈합니다.
소서 무렵은 더위가 시작되고 과일이 커 간다는 것 외엔 다른 절기에 비해 풍속 등 얘깃거리가 많지 않습니다.
절기를 이를 때 항시 등장하는 말이지만, 중국에선 소서 무렵의 15일을 5일씩 3후(三侯)로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고려사(高麗史)는 이를 따라 초후(初候)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차후(次候)에는 귀뚜라미가 벽에서 살며, 말후(末候)엔 매가 새를 잡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이때는 하지 무렵에 심은 모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농가에서는 모를 낸 15~20일 쯤 뒤인 소서 무렵에 '초벌논매기'를 합니다. 달리 '김매기'라고 하는데, 모내기를 한 무논에 나는 작은 잡풀을 손으로 긁어 논바닥의 진흙 속에 묻는 작업입니다. 뙤약볕에 종일 해야 하는 일로, 농가에선 김매기 날을 받아 마을 장정 일꾼을 댑니다.
요즘은 아예 볼 수 없는 이 맘때의 농가 풍습입니다.
또 장마철을 맞아 논둑과 밭두렁에 풀이 많이 나고 금방 자라기 때문에 모가 치이지 않고 햇빛을 많이 받도록 풀을 주기적으로 베어 줘야 합니다. 이 풀은 퇴비용으로 활용하지만 농약을 치지 않을 땐 소꼴(소에게 먹이는 풀)도 했습니다.
보리를 수확한 땅에는 콩, 조, 팥 등을 심어 이모작을 했습니다. 요즘은 시절이 빨라져 이미 다 심었습니다.
농가월령가에 이 때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여(서로 번갈아 들어) 삼사 차 돌려 맬 제,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더위 속에 논밭에서 나는 풀을 뽑아내느라 바쁘다는 뜻입니다. 장마철과 맞물려 농부들은 "돌아서면 잡초가 한뼘씩 자란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과일과 채소도 풍요로운 시절입니다. 제철 채소인 감자, 오이, 애호박 등이 나오고 냇가에서는 다슬기도 자라 삶아서 속을 뽑아먹곤 합니다. 요즘은 강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물웅덩이에 빠져 사망하는 사례가 잦습니다.
수확한 밀과 보리도 도정을 해 이때부터 먹었습니다. 모두가 제철 음식이니 영양가도 꽤 풍부합니다. 대체로 농사철 치고는 한가해 도정한 밀가루 음식을 많이 해먹었습니다. 요즘 최고의 별미인 국수나 수제비이지요.
또 다른 제철 과일인 자두, 토마토, 수박, 참외 등도 챙겨먹으면서 더위를 식혔다고 합니다.
예전 모내기 철은 보통 ‘하지 전 3일, 하지 후 3일’입니다. 충남 공주에서는 소서 때가 모를 심는 적기라고 했답니다. 늦게 심는 이유는 보리를 수확한 뒤 모를 내기 때문입니다.
속담으로는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가 있는데, 늦은 모내기라 빨리 끝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햇볕과 관련한 속담엔 '오뉴월 병아리 하루 볕이 새롭다'나 '오뉴월 볕 하루만 더 쬐어도 낫다' 등이 있습니다. 햇볕이 좋아 햇볕을 더 쬐면 그만큼 더 자란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