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뒤 이를 고발해 현실판 ‘더 글로리’로 불렸던 표예림(27) 씨가 극단 선택을 했다.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말 방영된 학폭에 대한 복수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표 씨는 부산 연제구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방송에 출연해 학폭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지난 4월 22일 극단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그는 지난 4월 "학폭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학폭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는 조항을 폐지해 달라"며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10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와 소방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7분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 한 여성이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에 나서 오후 4시 20분쯤 숨진 표 씨를 발견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밝힌 표예림 씨. MBC ‘실화탐사대’ 캡처

앞서 표 씨는 유튜브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영상을 올렸다.

표 씨는 이 영상에서 “저는 지난 12년간 초중고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 중 하나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저를 저격하며 다중의 익명으로 인신공격 및 흔히 말하는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도를 넘어 저의 학교 폭력을 거짓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삶을 지속해야 할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제 사건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표 씨는 지난 3월 초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자신의 학폭 피해를 고발한 이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왔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한 익명의 유튜브 채널들이 만들어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쏟아내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

■사건 과정(한 학폭 가해자와 표예림 씨의 호소)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음의 사례 기사(서울신문 4월 23일자)를 보면 이 자살 사건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올립니다. 표예림 씨가 극단 선택을 한 직후 기사로, 약간 각색을 했습니다.

10일 극단 선택으로 숨진 표예림 씨에 대한 학폭 가해자 4명 중 한 명으로 지목된 A 씨가 지난 4월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A 씨는 "저는 학창시절 소위 말하는 '노는 무리'가 맞았다. 또래 사이에서 험해 보이는 것이 남들보다 우월한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남에게 피해를 끼쳐왔을 수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표예림뿐 아니라 모든 동창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반성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 씨는 "현재 자신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학폭 의혹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하지만 저는 학창시절 단순히 재미 삼아, 이유 없이 누군가를 해하거나 짓밟은 적이 없다. 하늘에 맹세코 12년이나 되는 오랜 시간 한 사람을 집요하게 따돌리거나 주동하여 괴롭힌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는 "변기통에 (표씨의) 머리를 넣었다, 다이어리로 어깨를 내리쳤다, '표혜교냐'며 피해자를 조롱했다, 사과 한 번 한 적 없다 등 내용은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 씨는 "'휴대전화를 보고 돌려달라고 하자 발로 찼다'라고 진술된 사건은 사실이 맞다"며 "특수상해로 고소를 당했던 지난 1월 '폭행을 행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냐'는 수사관님의 물음에 저는 숨길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을 이야기했고, 조사 내역에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는 "큰 거짓에 약간의 진실을 섞으면 그 거짓이 진실이 된다고 한다. 없던 일을 있던 사실처럼 주장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 씨는 ‘표예림 학폭’ 사건이 이슈가 된 이후 욕설과 살해 협박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받고 있으며 관련 없는 지인의 신상 공개, 조건만남 성매매 루머에 시달려 일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모두 진실인 것처럼 기정사실화가 됐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악마가 된 저는 억울해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표예림이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현재의 상황들에 굳이 대응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러나 표예림은 제 주변 지인들, 가족에까지 협박성 연락을 하는 등 도를 지나친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저는 지난 1월 특수상해죄로 고소당했다"며 입장문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A 씨의 이 글에 비난의 댓글이 수백 개 달리자 글을 올린 다음 달인 23일 오전 글은 삭제됐다.

하지만 표 씨의 입장은 달랐다.

표 씨는 "가해자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채널에서 악의적으로 날조된 자료를 이용해 자신(표 씨)을 '거짓말쟁이', '정신 이상자'라며 비난하고, 그의 부모에 대한 조롱까지 하는 등 도를 넘은 2차 가해를 벌여 왔다"고 주장했다.

표 씨는 이에 17명의 가해자 중 2명으로부터 신상 공개 영상 삭제와 사과문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표 씨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표예림 동창생’이라는 유튜브 채널은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표 씨는 또 극단 선택을 시도하기 전날인 4월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제발 부탁드린다. 제 이름 세 글자로, 동창생이란 이름으로 저를 엮어 동창생이라며 신상공개를 했다. 전 이 사람을 알지 못한다. 제 동창생들 역시 ‘모른다’는 답이 왔다. 해당 영상을 내릴 수 있게 부탁드린다. 무분별한 신상 공개는 멈춰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표 씨가 이들 유튜브 내용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글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