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팔 게 없더만요"
토요일인 지난 11일 경남 함양의 처갓집에서 사과를 땄다는 정봉현(경남 창원 거주) 씨의 힘 빠진 전언입니다. 이 말처럼 올해 사과 농사가 전국적으로 대흉작입니다. 재배 농민들의 큰 한숨도 여기저기서 자주 들립니다.
올해 사과 작황은 꽃이 수정하는 봄철 냉해와 여름철 폭우, 폭염, 장마로 꽤 좋지 않았습니다. 중부 지방에선 수확을 코앞에 두고 우박까지 내렸습니다. 느지막히 사과를 수확해 선별하는 함양 농가를 스케치 했습니다.
널찍히 펴놓은 비닐천(갑바) 위에 따온 사과를 부러놓은 모습. 이 농가는 이날 70여 주의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수확했다. 대체로 사과 크기가 작지만 껍질이 짓물러진 채 익은 사과도 많이 보인다.
외할머니와 손녀딸이 마주앉아 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뒤에 사과밭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성한 사과를 골라 상자에 따로 담고 있다. 이상 독자 정봉현 씨 제공
정 씨는 "사과 작황이 안 좋아 늦게 땄더니 그새 무심한 까치와 까마귀가 달려들어 쪼아먹은 것도 많았다"며 "성한 것은 골라 친인척에게 인심을 쓰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는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으면 사과 먹기란 언감생심입니다. 사과값이 크게 올라 시장엔 말 그대로 '금(金)사과'가 돼 있지요. 아무튼 사과를 비롯해 배, 감 등 과일 농사가 흉년으로, 예년 농가끼리 나눠먹던 인심도 박해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