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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곽향련 시인(경남 의령문인협회 회장) 두 번째 시집 '울음이 불룩해진다' 출간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2.12 14:56 | 최종 수정 2023.12.12 21:23 의견 0

곽향련 경남 의령문인협회 회장이 시집 '울음이 불룩해진다'를 출간했다. 첫 시집인 '파손주의'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제1부에는 태화강 대나무 숲길을 거닐며 등 13편, 제2부에는 매듭 등 16편, 제3부에는 새가 문을 두드리는 까닭 등 14편, 제4부에는 육식주의자들의 잡설 등 15편을 실어 총 58편의 신작시를 엮었다. 출판사 '㈜천년의 시작'의 시작시인선으로 출간됐다. 100쪽 9900원

곽 시인은 '울음이 불룩해진다'에서 자기 존재의 근원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근원에 대한 물음 앞에서 자신을 낳은 부모와 무관하기만 한 결론에 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경복 씨는 “부모와의 운명적 유대를 본능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자신의 존재성으로 성찰하는 사람들이,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깊이 하는 예술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곽 시인은 지나간 시간에만 고여 있지 않는다. '부모의 물질적, 정신적 삶의 이미지들'이 자신의 '존재 형성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성찰한다"며 "이는 시집 '울음이 불룩해진다'에서 '하나의 미학적 형식'으로 승화됐다"고 했다.

김 씨는 또 "곽 시인은 '울음이 불룩해진다'를 통해 근원에 대한 성찰이 타인을 향한 관찰과 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이는 시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의 행간과 시집을 읽는 이들이 함께 공감대를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형기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던 유홍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곽 시인의 시편들을 일별(一瞥·흘낏 봄)한 뒤 곧장 떠올린 단어는 ‘가풍!’. 나는 옛 어른들이 밥상머리며 술상 머리에서 두런두런 주고받으시던 말씀들을 떠올렸다. 곽 시인에게 새로움이니 모던이니 하는 기준을 갖다 대서는 안 된다. '누굴 밀어내고 밥 먹은 적 없는' 시인에게 밥은 '소리 나지 않게 먹어야 하는 것'. '너무 가벼워', '내 몸에서도 피가 모자라 나눠 가질 것이 없다'고 하는 데도 헌혈을 위해 팔뚝을 내미는 것이 곽 시인의 시의 성품이라고 하며, 이쯤에서 나는 곽 시인의 시들을 '꼿꼿한 대나무의 유전자를 가진 훈육의 시편들'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시집 '울음이 불룩해진다'에 실린 시 '이불이 울음을 덮다'는 다음과 같다.

이불이 울음을 덮는다//속앓이를 뒤척이며 함께 울어 주는 집인 것처럼/창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덮어 준다//울음의 탄생지인 자궁에서 빠져나올 때의 울음이라면 축복이지/아버지, 어머니 저승길까지 따라가는 곡(哭)이라면 어떨까/죽음이 나를 끌어당겨도 가슴에 칼을 묻지는 않았으리//다람쥐는 눈물을 쳇바퀴에 달고 이런 울음 어디에 숨겼지?//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울음/시(詩)도 대신 울어 주지 않는 울음//눈물을 뭉친 구름 같은 솜뭉치에 바늘이 걸어간 이불/들썩이는 울음을 당긴다//울음이 불룩해진다

곽 시인은 경남 의령 출생으로,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12회 우수상, 13회 은상, 17회 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2014년에 펴낸 시집 '파손주의'가 있다.

2021년부터 제8대, 제9대 의령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곽향련 시인 사진과 약력. 교보문고 캡처

■ 추가 자료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태화강 대나무 숲길을 거닐며 13
벌초 14
빨래집게 15
그녀의 안방 16
유리문 18
모과 19
빈집 감나무 20
홍시 21
개나리 22
동백꽃 23
이팝꽃 피는 계절 24
다시 전세 25
쉼표 26

제2부

매듭 29
신발 30
분홍 구두 31
바닥 32
바닥 소리 33
기찻길 34
몸 35
프라이버시아이 36
주먹밥 37
뿔 38
걷는 사람들 39
냄새의 주소지 40
길을 묻다 41
후천적 사각턱 42
뒤로 걷기 43
매달리다 44

제3부

새가 문을 두드리는 까닭 47
바람 48
헌혈 49
이불이 울음을 덮다 50
%(응) 51
새벽, 눈이 내리고 52
가을장마 53
화분 54
척 55
마음집 56
담벼락 57
마음 58
들키다 59
일요일 60

제4부

육식주의자들의 잡설 65
세탁기 볼트 66
오른쪽으로 가는 청소기 67
꽃잎 속으로 68
못의 기억 69
찢어진 청바지 70
흰, 흰 71
부항을 뜨다 72
연필 이야기 73
유리와 물이 만나면 74
어떤 나무의 형상形象 76
전염 77
흘러내리다 78
은폐 79
마애불 앞에 선 여자 80

해설
김경복 역설적 인식을 통한 삶의 의미 탐구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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