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한 10대 남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으나 경찰이 상주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이는 서울 종로경찰서가 20일 오후 6시간가량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임 모(17) 군과 김 모(16) 양을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벼락을 훼손한 용의자가 낙서(왼쪽)를 한 뒤 사진을 찍은 모습(오른쪽)이 CCTV에 찍혔다. 채널A 뉴스 캡처

이들은 지난 16일 밤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 인근과 국립고궁박물관 담벼락 등 3곳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적은 혐의를 받는다. 낙서로 훼손된 범위는 44m에 달했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신원미상의 A 씨는 임군과 실시간으로 낙서할 구역과 동선, 범행 시간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A 씨는 이들에게 경복궁 담벼락 말고도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했다. 임 군과 김 양은 경복궁에 낙서한 뒤 세종대왕상 근처에 갔으나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거절했다.

임 군은 A 씨와 지난 11일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처음 접촉했다. A 씨가 텔레그램에 올린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통해서였다.

그는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하며 ‘이 팀장’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A 씨는 임 군에게 범행 장소와 방법을 지시한 뒤 착수금으로 5만 원씩 두 차례 보냈으나, 범행이 끝나자 “수원 어딘가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라고 말하고는 연락을 끊었다.

A 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범행 뒤 귀가한 임 군과 김 양은 지난 19일 3일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임 군은 경기 수원시의 주거지에서, 김은 인근의 자택에서 검거됐다. 이 둘은 연인 관계라 주장하며 범행을 시인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군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밍만 본 김 양은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석방했다.

경찰은 착수금을 입금한 계좌와 텔레그램 계정 등을 통해 A 씨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임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