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고운 우리말'을 찾아 소개합니다. 고운 말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사용하면 격이 있어 보이고, 글과 말에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에 더해 고매해보입니다. 일상에서 듣고 읽을 때 무릎을 탁 칠만한 우리말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30일 방영된 KBS '동네 한바퀴' 경북 문경편에서 98세의 방짜유기장이 지금도 정정하게 방짜유기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 업을 3대째 이어져 오는 이봉주(인간문화재) 옹입니다.
연중 연재물인 '고운 우리말을 찾아서'의 첫 소재는 방짜유기로 잡았습니다.
방짜유기는 줄여서 방짜라고 하며 '품질이 좋은 놋쇠를 녹여 부은 다음 두드려 만든 그릇'입니다. 한자로는 방자유기(方字鍮器)라고도 하는데 우리말로 정착된 말입니다. 주물을 부어 쉽게 찍어내는 것이 아니고 대장간에서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만듭니다.
방짜의 유래는 달궈진 쇠를 두드려 만들어져 나오는 그릇 밑바닥에 '방(方)'자가 찍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방(方)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다는 표시라고 전해집니다. 지금은 놋그릇을 뜻하지만 의미가 확대돼 '매우 알차고 훌륭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방짜의 가치는 '두드림'입니다. 수없이 치고 두드려서 예술과 같은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말입니다.
문경 방짜 공방의 경우 6명이 한 몸처럼 움직여 작업을 합니다. 굉음과 불꽃이 연신 반복되는데, 이봉주 옹이 이 과정을 총괄하는 원대장(방짜유기 총괄장) 역할을 합니다. 고령임에도 매일 오점 9시 나와 작업이 끝날 때까지 꼬박 작업장을 지킨다네요. 대단하다는 말도 부족합니다.
방짜는 청동기시대부터 시작돼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져 일상의 용기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일제시대 이후 방짜 만드는 기술은 퇴보하다가 스테인레스의 보급으로 일상의 용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가장 질이 좋은 유기로 알려진 방짜유기는 11명이 한 조를 협동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인력이 여의치 않아 이 정도의 인력은 힘듭니다. 서두에 언급한 이 선생님의 경우 6명이 한다네요. 이것도 대단합니다.
방짜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먼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 도가니에 녹인 엿물로 바둑알과 같은 둥근 놋쇠덩어리를 만들고 이 덩어리를 여러 명이 함께 불에 달구고 망치로 쳐서 그릇의 형태를 만듭니다. 방짜는 수십 번의 공정을 거치는 힘의 예술인 셈이지요. 달리 오랜 경험의 장인이 직접 만드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최고의 방짜는 최고 질의 놋쇠(방짜)로 엄선된 구리(78%), 주석(22%)을 합금해 전통 기법으로 만듭니다. 수공예품이어서 무게나 규격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방짜는 독성이 없어 식기류는 물론 징, 꽹과리 같은 타악기도 만듭니다.
끊임없이 두드려야 황금색을 띤 전통 방짜가 나옵니다. 음식의 따뜻함과 영양소를 유지시켜준다고 합니다. 샐러드접시, 파스타볼, 전골냄비, 고기불판 등 요즘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실용방짜도 만들어냅니다.
주물식은 기포가 많이 발생해 검은색으로 변하고 부식합니다. 하지만 방짜는 사용할 수록 광택이 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줍니다. 이처럼 방짜는 전통 방식의 명맥을 이어온 값진 문화유산입니다.
방짜는 사용법도 있습니다.
처음 사용 때는 미지근한 물에 5~10%의 식초를 풀어 그릇을 10~20분만 담가두었다가 깨끗히 씻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처음 사용 땐 길이 날 10여일까지는 설거지 후 물기를 없애 주면 물자국 얼룩이 나지 않습니다. 사용 후에는 파란 수세미(일명 3m 스카치)로 중성세제에 세척하면 됩니다. 장기간 보관 때는 물기를 제거 후 비닐 등으로 밀폐 보관하면 좋습니다.
다만 철 수세미로 세척을 하면 방짜가 흉하게 될 수 있습니다. 직화나 연탄, 유독성 가스, 화공약품, 짙은 염분등을 담으면 흉하게 변색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방짜에 사투리도 있네요. 충청도에서는 '아주 좋은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