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고운 우리말'을 찾아 소개합니다. 고운 말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사용하면 격이 있어 보이고, 글과 말에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에 더해 고매해보입니다. 일상에서 듣고 읽을 때 무릎을 탁 칠만한 우리말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시와 자연의 균형을 주제로 한 '바투 정원 ; 가까운 자연'을 통해 일상 속 정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위의 문장은 오는 13일부터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2025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in 진주'의 특화 정원 '동행정원' 조성에 참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체 정원 주제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이 행사는 산림청-경남도-진주시 공동주최로 열리는데, 진주에 본사를 둔 LH가 자체 정원을 만든다는 것이지요.
'바투 정원'이 어떤 정원일까요?
요즘엔 듣도 보도 못한 외국어나 외래어를 차용한 행사명이 많은 터라 외래어로 표기한 정원으로 인식할 수 있겠지요. '바투'는 순수 우리말입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대의 중추 국가로 당당히 자리해 외래어 등을 쓰는 것을 꼭 '사대 지향'으로 볼 건 아니지만, 행사명이나 간판 등엔 고개가 갸웃해지는 명칭이 많습니다.
바투는 '가깝다', '짧다'는 뜻을 지닌 순수 우리말입니다.
부사인데 비슷한 말은 '가까이', '가직이', '바싹' 등입니다.
가깝다의 경우는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란 뜻을 지녔습니다.
사례로 '두 부자는 바투 다가앉았다'(바싹 다가앉다)입니다.
'짧다'의 경우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란 뜻도 담고 있습니다.
사례로는 '그 사내는 머리를 바투 깎다', '소를 몰던 아이는 고삐를 바투 잡고 몰았다', '행사 날짜를 너무 바투 잡아서 너무 바빴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문장에서 나온 '바투 정원'은 가까이라는 뜻을 지닌 정원입니다. 이른바 집 근처에 있는 '근린 공원' 정도의 정원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바투가 들어가 낱말도 있네요.
바투바투는 ▲대상들 사이가 아주 가깝게 ▲시간, 길이가 아주 짧게 ▲물이 많지 아니하고 매우 적게란 뜻입니다.
바투보기는 '가까운 곳은 잘 보이고 먼 곳은 선명하게 못 보는 시력'을 말합니다. 근시, 졸보기로 말하지요.
따라서 바투보기눈은 '가까운 데 있는 것은 잘 보아도 먼 데 있는 것은 잘 보지 못하는 눈'입니다. 근시안, 졸보기눈, 단시와 같은 말입니다.
손바투란 낱말도 있는데 '손바로', '손이 가 닿을 바로 가까이'의 뜻입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던 몽골 칭기즈 칸의 손자 이름이 바투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