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순간 포착] "아직도 비몽사몽"···우수·경칩 지난 지 언젠데 지금도 겨울잠 개구리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3.18 01:46 | 최종 수정 2024.03.20 23:15 의견 0

우수(2월 19일)와 경칩(3월 5일)이 지난 지 꽤 오래됐습니다. 경칩 절기엔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 뛰쳐나온다'고 합니다. 달리 '우수·경칩엔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고도 합니다. 언 땅이 녹고, 봄이 왔다는 뜻입니다.

지난 14일 야산 과수원에 유실수를 심으려고 삽으로 땅을 파다가 본의 아니게 잠자던 개구리 잠자리를 건드리는 이색 경험을 했습니다. 개구리가 동면을 한다는 건 알지만 실제 잠자는 개구리를 본다는 게 쉬운 경험은 아니지 않습니까? 신기했습니다.

밤나무를 심기 전 비탈진 밤과수원 모습. 지난 가을 밤을 주고 간 밤송이들이 어지러이 늘려 있다.

기자는 전날 경남 진주시산림조합에서 운영한 나무시장에서 유실수 묘목을 산 뒤 이날 짬을 내 밤과수원 빈터에 묘목을 심었습니다. 삽으로 흙을 파내던 중 깊숙한 땅속에서 잠자는 개구리를 발견했지요. 이 녀석들은 경칩을 지나 모레가 춘분인데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움직임도 거의 없어 둔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나무 묘목 뿌리를 흙으로 덮기 위해 주변 땅을 파다가 나온 개구리 모습(정중앙)

꿀잠 중 졸지에 땅 위로 나온 개구리 모습. 이 녀석에게는 경천동지할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눈도 뜨지 못한 채 움직이지도 않는다.

같은 장소에서 나온 또 다른 개구리. 이곳이 개구리들이 동면을 하기 위해 잡은 집단 명당인 듯하다.

이 녀석은 몸에 짙은 얼룩무늬가 있다. 참개구리처럼 보인다.

신기하기도 해 만져보아도 도통 움직임이 없어 며칠간이라도 다시 푹 자라고 흙을 덮어줬습니다. 묻어줬지만 지난 늦가을 동면을 하려고 자신이 땅을 파 만든 자리만 하진 않겠지요. 혹여 묻어준 흙이 제 몸집에 큰 압박을 주지 않을 지 걱정도 됐습니다.

유실수를 심은 곳에 동면 개구리를 다시 땅속에 넣고 흙을 덮은 모습. 정창현 기자

요즘 비가 많이 와 물이 고인 길섶의 웅덩이에 개구리가 나왔을까 해서 기웃거려도 봤는데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동면에서 깬 개구리를 보려면 넉넉히 잡아 한 보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