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GNU)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김윤희 교수는 9일 경희대 권장혁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백금 기반 청색 인광 소재에 대한 치환기 최적화로 안정성을 높인 고성능 청색 유기발광소자(OLE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광 도펀트(phosphorescent dopant) 소재는 유기 리간드 분자가 이리듐, 백금과 같이 무거운 금속에 결합하는 형태를 취하며, 단일항과 삼중항의 허용된 계간전이 과정을 통해 높은 발광 효율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OLED 기술의 단위 소자인 적색과 녹색 소자에는 이미 인광 소재가 상업화돼 있다.
하지만 청색 소자만큼은 청색광을 만들어내는 인광 소재의 낮은 안정성으로 인해 1세대 발광 소재인 형광 소재가 사용되고 있어 고효율·장수명 청색 소재 개발은 OLED 기술 개발의 대표적 난제로 지목되고 있다.
백금 착체는 결합된 리간드의 형태에 따라 독특한 전기적·광학적·물리적 특성을 보유해 고성능 발광 소재로 유망한 후보군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네 자리 리간드 기반의 백금 재료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평평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높은 발광 효율, 우수한 색 순도 특성이 구현 가능해 낮은 효율을 보이는 형광 재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목받는 발광 소재이다.
김 교수는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권장혁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인광 도펀트 소재의 열화(동작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자 내에 형성되는 결함으로 인해 초기 대비 휘도가 감소하고 구동 전압이 증가하는 현상) 과정을 억제하는 구조적 설계를 통해 장수명 진청색 발광 소재 기술의 새로운 대안을 선보였다.
발광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인광 도펀트의 특정 위치에 치환기를 도입할 때 나타나는 광학적 현상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 인광 도펀트 재료의 열화 현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에너지 준위의 형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장수명 특성을 가능하게 하는 터트-부틸이 치환된 네 자리 리간드를 갖는 백금 착체(Modified t-butyl in tetradentate platinum (II) complexes enables exceptional lifetime for blue-phosphorescent organic light-emitting diode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링크 주소는 https://doi.org/10.1038/s41467-024-47307-3이다.
네 자리 리간드(tetradentate) 기반의 백금 착체는 발광 효율, 색 순도는 뛰어나지만 도핑 농도가 높아지면 분자가 쉽게 가까워지면서 형성되는 원치 않는 에너지 준위로 인해 색 순도가 쉽게 저하되는 문제점을 보여 발광 소자로의 적용이 제한적이었다.
또 빛을 내기 위해 형성된 엑시톤이 바닥 상태로 빠르게 이완되지 못하고 긴 시간 높은 에너지를 간직한 채로 머무르게 되면서 야기한 열화 과정으로 소재를 분해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각 위치에 터트-부틸 치환기를 도입한 백금 착체를 개발해 해당 치환기가 백금 착체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특정 위치에 도입된 치환기의 유무에 따라 전이 상태에서 발광 소재의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청색 발광 소자의 안정성 문제를 극복하고, 고효율·장수명·고색순도 특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소재 설계 기술을 제시했다.
교신저자로 연구를 수행한 김 교수는 “청색 OLED 기술의 장수명 특성 확보는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가 난제 해결에 있어 소재-소자 그룹 간의 체계적인 융합 연구와 협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 한국연구 재단의 램프사업, 경상국립대-삼성디스플레이 OLED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