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은 여름에 들어선다는 '소만(小滿)'입니다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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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11:24 | 최종 수정 2024.05.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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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일)은 24절기 가운데 8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입니다. 소만은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자리하는데,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주변엔 신록이 우거지지요.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한다고 해서 찰 만(滿)자를 썼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아니어서 작을 소(小)를 붙였습니다.
산과 들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작은 열매를 맺는 때이고, 보리 이삭은 노란색을 띠기 시작합니다. 소만 무렵엔 한창 모를 냅니다.
이 무렵 봉숭아꽃도 피어 열아홉 순정의 처녀들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산과 들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장미도 흐드러지게 피는 시절입니다.
중국에서는 소만 입기일(入氣日)에서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습니다.
들과 산에는 이른 봄의 냉이는 물러가고, 씀바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집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4월이라 맹하(孟夏·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의 4월은 음력을 의미합니다. 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삼으니 5월입니다.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농가월령가 4월령 내용)
예전엔 이 때가 '보릿고개'였습니다. 쌀은 떨어지고, 보리 수확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힘겨운 시기였지요.
이른바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시절로 잎과 줄기, 뿌리와 껍질을 따고, 캐고, 삶고, 버무려서 허기를 채웠습니다. 송기(松肌)라고 해서 새로운 솔가지에 물이 오를 때 이를 꺾어 액즙을 빨아먹기도 했습니다.
소만 절기 때엔 연한 죽순을 캐다가 삶아 고추장 등 양념에 무쳐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또 '가죽자반'이라고 해서 가죽잎을 따 고추장을 무쳐 말린 뒤 주전부리로 먹었지요. 이를 가죽부각이라고 합니다.
속담으로는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가 있는데 이 무렵 바람이 몹시 쌀쌀하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