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쪽을 향해 살포한 '오물 풍선'이 29일 오후 1시 현재 전국에서 무려 200여 개 발견됐다. 경기, 서울, 강원 등 접경지역 말고도 경남 거창에까지 날아왔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보낸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우리의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을 한국 국경 지역 등에 살포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은 어제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 현재까지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200여 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중 일부는 땅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
'오물 풍선'은 북한과의 접경지를 넘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오물 풍선'을 'X삐라'라고 부르며 목격담과 인증 사진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사진에는 분변 두엄(거름)으로 추정되는 오물이 바닥에 쏟아져 있고, 한자가 적혀 중국 제품으로 추정되는 건전지 2개가 흰색 끈으로 묶여진 모습이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진짜 똥뿌리기 시작- 화학전 미쳤네'라고 적었다.
29일 오전 5시 30분쯤 경남 거창군의 한 논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물체는 약 5m 높이 풍선 두 개에 비닐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출동한 경찰은 비닐주머니에 위험 물질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군과 함께 수거했다.
경북 영천 대전동에서도 29일 오전 7시 40분쯤 잔해가 포도밭에 떨어졌다. 포도밭 주인은 '쿵' 하는 소리에 나갔더니 파손된 비닐하우스 옆에서 폐비닐 더미와 오물이 있었다고 했다.
앞서 28일 밤 10시 17분쯤에는 경기 동두천시 식당 건물에서 풍선 잔해와 풍선에 매달린 두엄(거름) 주머니가 발견됐다. 이어 29일 오전에는 파주시, 성남시, 평택시 등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풍선이 발견됐다.
강원자치도에서도 29일 오전 0시 12분 화천군과 오전 1시 양구군, 6시 13분 철원군 2건 등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구로구에서는 풍선 잔해에서 전자기기도 나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전자기기가 대남전단 풍선을 공중에서 터뜨리는 ‘타이머 장치’로 추정하고 있다.
합참은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 중”이라며 “현재까지 확인한 내용물은 오물, 쓰레기 등이며 관련 기관에서 정밀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어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대남전단(삐라)도 실려 있는지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한편 합참은 지난 28일 밤 11시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 대남전단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물체가 경기 및 강원 접적(접경) 지역 일대에서 식별됐다”며 “군이 조치 중이며 국민은 야외활동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또 “미상 물체를 발견할 경우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밤 11시 34분 지역 주민들에게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란 재난문자를 발송해 한밤중 주민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