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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을 다시 열다]"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도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2)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6.01 18:19 | 최종 수정 2024.06.01 20:30 의견 0

더경남뉴스의 '사진첩 다시 열다'는 더경남뉴스가 사진자료방에 넣어두고, 그간 기사로서 빛을 내지 못한 사진을 뒤늦게 독자분들께 기사화 하는 코너입니다. 예를 들어 꽃 피는 봄의 정취를 한겨울에 보는 코너로 보면 의미를 더할 듯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30일 소개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를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독자 최복희 씨가 계주(이어달리기) 경기 사진을 더 보내주셨습니다. 코흘리개 때의 최고 날이었던 운동회를 회상해 보시기를. 동네 잔치였던 예전보다 조금은 단촐하지만 '감정 낭비'는 아닐 겁니다.

출발선에서 총소리가 언제 울리나 가슴이 두근두근했고, 결승선에선 등수에 못 들어 질질 짜던 모습이 짠하게 와닿을 겁니다. 달리다가 제 발이 엉키고, 같이 뛰던 친구에 부닥쳐 넘어져 꼴찌를 했던 추억도 기억될 겁니다.

이어달리기에 앞서 출발선에 선 저학년 학생들. 1학년과 2학년, 3학년생인 듯합니다. 도시에 있는 학교인데도 학생이 너무 적어 중년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될 법하네요.

이날 계주는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1학년생들이 출발했습니다. 그 옛날 "준비~땅!"하던 출발 총을 쏘진 않았답니다. 안전 때문이겠지요. 소싯적 같이 뛰던 개똥이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출발 신호와 함께 앞에 섰던 선생님이 더 바쁩니다. 뭣 땜에 뛰어갈까요? 꼬맹이들의 뜀박질이 시작되니 반사적으로 자신도 뛴 것도 같네요.

고학년(4~6학년) 계주 경기인 듯합니다. 달리기 주자가 몇 명이 바뀌면서 청백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기는 서서히 달아오릅니다.

계주 라인 옆에 선 학부모들이 안간힘을 써 뛰는 아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학생이 적으니 함성이 떠나갈 듯했던 옛 운동회 맛은 아닙니다.

애걔? 경기가 싱겨워졌습니다. 반 바퀴 이상 차이가 나버렸네요. 청군 학생이 흥미를 잃은 듯 달립니다. 이렇게 차이가 난 건 백군 주자가 달리던 중 신발이 벗겨져 다시 신느라 처져버렸다고 하군요. 맨발로 뛰고서 바통을 넘겨준 뒤 신발을 찾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청군 주자와 백군 주자의 거리 차이가 너무 났네요. 하지만 고학년 경기여서 충분히 반전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막힌 반전이 생겼습니다. 세상에 앞서가던 학생이 한동안 천천히 뛰더니 친구가 가까이 오자 서로 손을 잡고 뛰었답니다. 이날 운동회의 최고 포인트였겠습니다. 가슴 뭉클한 이 장면을 맨날 닭싸움질만을 하는 정치인들이 보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달리기 경기 분위기는 달아오릅니다. 청백군 남녀 학생 주자가 먹던 힘까지 내며 달립니다.

학교 울타리 밖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동네 주민들이 이어달리기 경주를 구경하고 있네요. 역시 운동회의 포인트는 계주 경기입니다. 학생들이 달리는 내내 그 옛날 운동회 추억을 한바구니 담았으리라···.

백군 여학생의 달리는 폼이 멋있네요. 달리기를 해 본 듯합니다.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힘겹게 뜁니다.

힘껏 뛴 주자가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이날 이어달리기는 한동안 뒤쳐지던 백군이 청군을 따라잡아 한 15m 앞서 결선선을 통과했습니다.

이상 독자 최복희 씨 제공

참고로 이날 달리에서는 개인 간 달리기는 없었고 이어달리기만 해 선물은 없었습니다. 예전엔 3등까지 들면 공책 등을 입상으로 주었지요.

독자 최복희 씨는 이날 달리기 경기에서 걸어가듯 달리는 아이도 있었고 몸집은 작지만 옹골차게 달리는 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동네 들과 산을 휘졌듯 오르내리며 매미 잡고 올챙이, 가재를 잡는 개구쟁이들이 대체로 달리기를 잘했습니다. 그때 애들도 지금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을 겁니다.

혹여 압니까? 소위 말하는 돈도 많이 벌고, 출세도 해 있을 지···.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건강한 어른이 돼 있으면 더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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