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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 우려 속 우주항공청은 사천-진주에 큰 선물, 협력 방안 속히 마련해야"···경남 진주상공회의소 우주항공청 '사천-진주 상생 방안' 토론회

"협력은 필수 … 통합은 주민 의사 중요"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6.02 23:00 | 최종 수정 2024.06.02 23:35 의견 0

조규일 경남 진주시장의 진주-사천 통합 제안에 이어 진주상공회의소가 '성공적 우주항공시대, 사천·진주 상생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향후 현안을 짚었다.

지난달 31일 진주 상평산업단지혁신지원센터에서 지역 경제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청 개청을 맞은 서부경남의 현재 여건 ▲우주항공청의 역할 ▲지역에서의 준비 상황 등을 경제계의 관점에서 논의했다.

진주상공회의소 전경. 진주상공회의소

안명관 (사)한국항공산업기술사협회 회장은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 매출액은 군용기는 4조 6000억 원에 달하지만 상용기는 1조 6000억 원에 불과해 상용기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역할이 빈약하다. 상용기 없이는 G7(주요 7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중국·일본 등의 사례에서 볼 때 국제공동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내년 한·중·일 정상회담 때 상용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안건을 상정해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는 윤창술 경상국립대 스마트유통물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윤석택 경상국립대 전자공학부 교수, 최연태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홍수훈 진주방위산업기업협의 회장이 나섰다.

토론자들은 사천과 진주 두 지역의 상생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엔 의견을 같이했다. 또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제기된 두 시의 행정 통합에는 지역민 선택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윤창술 교수는 "모두가 우려하는 지역 소멸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고 30년 후에는 경남 인구가 20% 줄고 기초지자체 의미는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며 "최근 대구·경북 통합, 충청권 메가시티 작업이 정부 지원하에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큰 물결에 기초지자체는 휩쓸려 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런 여건에서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설립됐다는 것은 서부경남으로서는 큰 선물이다.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진주-사천이 어떻게 협력해 나가느냐가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택 교수는 "통합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비전과 정당성인데 '우주항공산업 발전'이라는 것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통합 논의를 해야 함을 주장했다.

그는 우주항공 산업의 기술 발전과 관련해 "우주항공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술 주기가 예전에 비해 빨라지면서 정확하고 경쟁력 있는 투자가 중요해졌다. 따라서 규모가 더 큰 단위에서 투자를 한다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최연태 교수는 광주·나주혁신도시 사례를 들면서 "전남 나주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나주에 거의 거의 살지 않는다. 정주 여건이 부실해 15분 거리의 광주에 산다"며 "우주항공청과 관련 기관이 사천으로 이전했을 때 사천에서 짧은 시간에 정주 여건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주 여건이 좋은 곳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 등 모든 여건이 좋은 진주에 살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는 "두 지역이 역할 분담 없이 각자도생하면 사천은 주말에 텅 빈 도시가 될 것"이라며 "그나마 최대한 지역 근처에서 머물게 하려면 진주와의 협력이 현실적이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행정 통합은 서둘러서는 안 되고 지역 주민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세상의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어서 어떤 빛이 있고 어떤 그림자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서 자기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론 조사'를 제안했다.

홍수훈 회장은 "진주·사천 모두에 우주항공 관련 기관과 기업이 많고 특히 진주도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며 "우주항공산업이라는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은 한 지역이 감당할 수 없다. 두 시가 함께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홍 회장은 두 시의 통합과 관련해 독특한 단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통합이라는 단어는 힘이 있는 쪽에서는 통합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약한 쪽에서는 흡수합병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사천에서는 통합 얘기는 듣지도 않으려고 한다"며 "통합보다는 연합 등의 새로운 단어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즉 연합해 합쳐서 잘 된다면 통합의 명칭이 문제가 되지 않아 꼭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허성두 진주상의 회장은 "진주상공회의소가 1992년부터 진주와 사천을 비롯한 서부경남의 상생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고 때가 있다. 우주항공이라는 호재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양보해야 할 것이며 지속적이되 속도감 있게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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