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의 산실 서울 대학로 '학전' 이끈 '아침이슬' 가수 김민기 씨 암 투병 중 73세로 별세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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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12:13 | 최종 수정 2024.07.2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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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의 산실인 대학로 '학전(學田)을 30여 년간 이끌며 소규모 공연 문화의 꽃을 피운 가수 김민기 씨가 21일 7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김 씨는 지병인 위암으로 오래 투병하던 중 병세가 악화해 세상과 이별했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 씨는 서울대 회화과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71년 1집 음반을 발표하는 한편 '아침 이슬', '가을 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 수많은 민중가요를 작곡했다.
'아침 이슬'은 유신 반대 운동에서 불려졌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1집 앨범도 판매 금지 조치를 받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김 씨는 이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리면서 익명으로 작곡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은 1977년 작곡해 발표한 ‘상록수’에 담겼다.
군사 정권 때인 1980년대에는 공연윤리심의위원회 등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면서도 공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사회 운동에 뛰어들었다.
농촌과 탄광촌 등의 현실을 담은 마당극과 노래극 등을 공연하고, 1984년 대학에서 활동하던 노래패들의 노래를 모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음반을 제작했다. 1989년에는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다.
1990년대에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 문화를 꽃피웠다.
1994년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상주 공연장으로 하는 극단 ‘학전’을 창단하고, 독일 원작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번안 및 연출해 초연했다.
1990년대 서울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 ‘지하철 1호선’은 2023년까지 8000회 이상 무대에 올라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소규모 극장 학전은 지속된 경영난에 김 씨의 암 투병까지 겹치면서 지난 3월 15일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의 마지막 연출작은 ‘고추장 떡볶이’였다.
학전은 폐관하기까지 33년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인재를 배출했다. 학전이 기획·제작한 359개 작품에서 관계한 배우, 연주자, 스태프만도 780여 명에 이른다. 설경구 등 굵직한 배우들이 학전 무대에서 연기를 했다.
김 씨는 폐관 당시 "좀 더 열심히, 더 많이 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회를 남겼다.
고인은 '의형제'로 200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지하철 1호선'으로 한국과 독일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정부로부터 괴테 메달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4일 오전 8시. 02-2072-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