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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파리]구토까지 하며 격렬히 싸웠다···배드민턴 혼복 한국 선수간 '혈투'

김원호·정나은 조, 서승재·채유정 꺾고 결승
김원호는 애틀란타 금메달 길영아 씨의 아들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8.02 18:38 | 최종 수정 2024.08.03 12:14 의견 0

결승행을 향한 한국팀 간의 혈전이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졌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을 맺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인들은 한 치의 양보없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다음 금메달-동메달 결정전을 걱정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한국 대표팀끼리 맞붙은 2024 파리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후배인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전남 화순군청) 조가 결승에 진출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원호 선수는 경기가 격해지면서 도중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까지 하는 힘든 경기를 했다. 김원호는 1996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길영아 씨의 아들이다.

김원호-정나은은 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서승재(27·삼성생명)-채유정(29·인천국제공항)조를 2-1로 꺾었다.

김원호 선수가 경기 도중 구토 증세로 의료진이 건넨 비닐봉지에 구토를 하고 있다. KBS 중계

파리올림픽 배트민턴 혼합 복식에서 김원호-정나은 조와 서승재-채유정 조가 한 치의 양보 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KBS 중계

태극전사끼리 맞붙은 준결승은 선배들인 서승재-채유정. 조가 이길 것으로 점쳐졌다. 이 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을 우승한 세계 랭킹 2위의 강팀이다.

파리올림픽 조별 예선부터 16강전까지 4연승을 달렸다. 김원호-정나은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5전 전승으로 앞섰다.

반면 세계 8위 김원호-정나은은 예선에서 1승 2패 상황에서 게임 승률에서 앞서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경기는 예상과 달리 팽팽했다.

한 세트씩 주고받아 1-1에 이은 3세트는 양보 없는 한판이었다.

결국 3세트 중반 김원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16대 13의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고 의료진이 건넨 비닐봉투에 구토를 했다.

이어진 경기는 듀스가 반복됐고 서승재-채유정의 범실이 잇따르면서 김원호-정나은이 결승 티켓을 가졌다.

경기 직후 서승재는 후배 김원호를 안아줬고,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원호는 경기 후 “헛구역질이 나오길래 한 번 나오는 거겠지 싶었는데 코트에 토할 것 같아서 심판에게 이야기해 봉지에다가 토했다”며 “운동선수로서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보여줬다”고 멋적어했다.

김원호는 이후 “나은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네가 해줘라’는 얘기를 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김원호는 어머니도 언급했다.

그의 어머니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 감독은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를 이룬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김원호는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했다.

김원호는 은메달을 확보해 병역 특례 혜택도 받았다.

그는 “누가 이기든 올라가면 금메달을 따야 한다. 저희가 이겼으니까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결승전에서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했다.

두 팀은 진정한 승부로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려고 출전했는데 한국팀끼리 저렇게 사투를 벌이는 것이 옳은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금메달도, 동메달도 못 따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원호-정나은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정쓰에위-황야충 조로 세계배드민턴연맹 대회 상대 전적은 3승 3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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