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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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3:33 | 최종 수정 2024.08.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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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개구리는 자연생태계에서 천적 관계입니다. 잡아먹고 잡아먹히지요. 서로 돕고 살지 못하는 양육강식 생태계의 엄연한 질서입니다. 인정을 하고 싶지 않은 생태계의 비애이고 처절함입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큰 외래종인 황소개구리는 되레 뱀을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생태계 질서 교란이라고 해야 할 지 고민됩니다.
지난 주 물방개를 찍으려고 논가를 찾아다니다가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잡았습니다. 동영상을 들이댈 틈도 없이 인기척을 느낀 뱀은 곧바로 벼논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많이 아쉽지만 그나마 요즘엔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참고로 물방개는 보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우려종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개구리는 대개 천적인 뱀과 만나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뛰면 뱀이 가는 길을 알아채 뱀이 바짝 다가오는 순간 팔짝 뛰어 도망을 간답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직감이 오랜 기간 경험으로 쌓여 DNA로 자리한 것이겠지요.
늦게 움직여야 살 확률이 높다니 빨리 알고 도망을 가야 한다는 진리완 반대이네요. 그런데 뱀도 같은 상황에서는 나중에 움직여야 사냥을 성공할 확률이 크답니다. 이 연구는 일본 교토대 연구진이 실내·외에서 뱀과 개구리를 맞딱드리게 한 뒤 둘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에서 확인됐습니다.
이날 뱀에 잡아먹힌 개구리는 이러한 개구리의 본성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황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개구리였을 거라는 말입니다.
다음은 교토대 연구진이 지난 2020년 실내와 실외에서 참개구리와 산무애뱀의 일종인 줄무늬뱀을 맞딱드리게 해놓고 양측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촬영해 분석한 내용입니다.
이 연구 결과, 뱀이나 개구리는 먼저 움직이면 불리해지는 운동학적인 특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구리가 뱀을 피하는 동작을 관찰했더니 일단 땅에서 도약한 뒤 착지 때까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이동해 도중에 진로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개구리가 뱀보다 먼저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읽혀 공중에서 잡어먹힐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뱀도 개구리를 잡기 위해 동작을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 진로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즉, 뱀은 꿈틀거리면 몸이 늘어나는데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이를 다시 구부려야 합니다.
뱀의 몸체가 경직되는 시간은 0.4초 정도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시간은 실외 관찰에서 개구리가 뱀의 공격을 피해 물 속 등 안전권에 도달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선 먼저 공격하는 것보다 개구리가 도약하기를 기다려야 잡을 확률이 더 커진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뱀은 중간 중간 멈추는 등 아주 조금씩 접근하면서 기회를 엿보는데 그 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의 주 저자인 니시우미 노조미 일본학술진흥회 기초생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은 "포식자(뱀)와 피식자(개구리)의 전략에 새로운 점을 제기한 연구"라며 "개구리가 뱀 앞에 두려워서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거꾸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잘 넘기려고 개구리가 뱀의 움직이는 순간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비유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더 옳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