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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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2:39 | 최종 수정 2024.08.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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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남 진주에는 비가 왔습니다. 순간 억수로 쏟아질 때도 있었고요. 부산기상청은 이날 낙뢰를 동반한 호우를 예보한 상태입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경운기 소리에 돌아보니, 마을의 한 농업인이 우산을 쓴 채 경운기를 몰고 가고 있더군요. 경운기 뒷부분 트레일러엔 풀 등을 실었고 운전자의 아내가 타고 있었습니다. 경운기는 '운전한다'고 하지 않고 '몰고 간다'고 합니다. 느리기 때문이지요.
농촌임에도 요즘엔 보기 드문 이채로운 모습입니다. 남편이 끌고 아내가 탄 모습이 더 보기 좋습니다. "탈~탈~탈" 소리 내며 느릿느릿 움직여 가는 경운기가 비오는 날의 운치를 듬뿍 실어나르는 것 같습니다.
언론 매체에선 이런 모습을 '비오는 날의 운치'라고 쓰지만, 농가로선 비가 와도 잠시 나가 소나 염소의 땟거리를 베 와야 하는, 일상이자 생업입니다.
요즘 농가엔 트랙터 등을 구비해 두고 있어 경운기를 보기 어려워집니다. 얼마 못 가 경운기도 농촌 마을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머지않은 언젠가엔 구시대의 추억물로 남겠지요. 대체 농기계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맛비 내리는 날, 앵글에 잡힌 '오늘의 순간 포착'이었습니다.
추신!
아마도 부부는 후텁지근한 장마 날씨에 밭일 하느라 흘린 땀을 씻고선 '찌짐'(부침개 사투리) 부쳐 막걸리 한두 잔을 할 것 같습니다. 농가의 비오는 날 찌짐은 어디에서도 흉내를 낼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이겠지요.
아시죠? 경상도 사람들에겐 찌짐에 방아(배초향) 이파리 꼭 넣어야 입맛 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