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배상하라"···성범죄 피해자 "가족에 알리지 말라" 했거늘 경찰 통지서는 집으로!
"고의나 중과실 단정 어렵다"며 담당 경찰관들 배상은 기각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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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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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가 관련 수사 서류를 가족이 보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까마득히 잊고 경찰이 집으로 서류를 보냈다가 항소심(2심)에서도 배상을 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재판장 해덕진)는 최근 성폭력 피해자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지난 2022년 4월 경찰에 성폭력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냈다.
이 고소장에는 "가족이 이 사건을 알게 돼 고통을 받길 원치 않으니 관련 서류를 고소대리인의 주소로 보내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해 6월 수사 결과 통지서를 A 씨의 자택으로 보냈고 통지서를 수령한 A 씨와 가족은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A 씨는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와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경찰은 성범죄로 고소된 사건을 수사할 때 고소인 등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A 씨의 송달 장소 변경 요청을 간과했다"며 "이 과실로 A 씨는 자기정보 통제권과 사생활 비밀이 침해됐고 가족이 우편물을 개봉해 피해가 커졌다"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에 대한 배상 청구는 "고의나 중과실로 위법하게 직무를 집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