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을 보인 뒤 쏟아진 '가을 폭우'가 낙동강 주변 지역에 집중되면서 경남 지역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의 전 지역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져 있다. 호우경보는 창원, 김해, 진주, 양산, 사천, 고성, 의령, 거제, 통영, 남해, 하동 등 11개 시군에 내려졌고, 나머지 7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21일 기상청과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7시까지 창원(509.7mm)과 김해(404.7mm) 등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도심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사천 402mm, 고성 402mm, 양산 359.mm, 거제 344.5mm, 금남(하동) 304mm, 진주 301.5mm, 남해 289.5mm, 지리산(산청) 276mm 등이다.
창원엔 21일 0시 20분부터 1시간 사이 104.9㎜나 퍼부었다. 1985년 7월 창원에서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9월 1시간 강수량으로 역대 최고치이다.
이는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의 영향 때문으로, 21일 밤까지 전국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열대저압부란 태풍 전 단계의 약한 열대저기압이다.
경남 남해안에는 이날 밤에 40~60mm, 최대 1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만조 시각이 겹치는 밤 다시 한번의 고비가 우려된다. 마산항과 진해항의 만조는 밤 11시 무렵이다.
다만 이날 창원시와 거제시, 통영시 등에 내렸던 폭풍해일주의보는 낮 12시에 해제됐다.
바다를 낀 지역은 만조때 폭우가 내리면 해안가나 저지대는 침수가 우려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낙동강을 낀 김해시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낙동강유역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조만강 정천교 지점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거창군 황강 남하교 지점에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김해 정천교 수위는 오전 한때 홍수 재난 심각 단계를 넘는 5.8m까지 치솟았다가 수위를 낮추고 있다. 또 김해시 장유와 대청 등에서는 도로가 침수되고, 산에서 흘러내린 빗물은 폭포처럼 도로로 쏟아졌다.
경남·창원소방본부에는 침수와 토사 유출, 나무 쓰러짐 등 14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말 밤 1시 41분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의 한 도로에는 전봇대가 넘어졌고, 이어 밤 3시 31분쯤에는 김해시 진례면 한 비닐하우스에 물이 넘쳐 침수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새벽 4시 37분쯤에는 진주시 이반성면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안전조치를 끝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김해시 대성동고분은 21일 오전 서쪽 경사면 96㎡ 정도 붕괴돼 시는 낮 12시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붕괴 사면에 보호장막을 설치했다.
창원과 김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수와 계곡물이 넘쳐 도로에 쏟아지기도 했다.
밤새 내린 비로 경남 지역에서는 세월교(洗越橋·흄관과 시멘트를 이용한 간이 소규모 교량) 189곳, 하천변 산책로 47곳, 둔치 주차장 15곳 등 호우 피해 우려 지역 308곳이 통제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 김해 방향과 김해와 창원을 잇는 불모산터널은 이날 오후 늦게 통제가 해제됐다.
다만 경남에서 확인된 인명 피해는 없고 창원과 진주, 통영, 김해, 합천 등에서 54가구 78명이 대피했다가 일부는 귀가했다.
경남도는 도로 침수와 나무 쓰러짐, 토석 제거 등 184건의 안전 조치를 완료했다. 경남도는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270여 명이 비상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오는 22일까지 전국적으로 흐리다가 저녁에 중부 지방부터 맑아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