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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들판 레트로 축제 가능성 보았다"···경남 하동 평사리 들판서 열린 논두렁축구대회

수확 끝난 들판서 볏짚 축구공 차며 초겨울 추위 날려
일반 축제와 차별화 매력, ‘국제 이벤트’ 자리할 가능성

정창현 기자 승인 2024.11.27 22:21 | 최종 수정 2024.11.28 00:19 의견 0

지난 23일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최참판댁으로 잘 알려진 경남 하동군 평사리 들판. 벼 수확이 끝나 초겨울 바람만 휑하니 불어야 하는 들판에 추위를 가시게 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제4회 평사리들판 논두렁축구대회'가 열린 곳이다.

바람결 차가운 들판에서 웬 축구냐고 하지만 그 옛날, 시골 마을에선 벼 수확이 끝난 논은 축구와 족구, 배구 등을 하며 '심심한 하루'를 보내기엔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평소 조용한 동네에서 시끌시끌하며 간간이 고함소리도 들리는 곳도 논이었다. 중년 이상 연령대는 소중한 추억거리다.

벌써 4번째로 열린 올해 논두렁축구대회에는 총 30개 팀(초등부 11개, 여성·남성부 각 4개, 혼성부 11개)과 1200여 명의 관람객이 지켜봤다. 올해 대회는 기존의 축구대회나 지난 축제와는 완전히 차별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초등부 학생들의 논두렁축구대회 경기 모습. 한 학생이 볏짚으로 만든 공을 몰고 가고 있다.

2019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4회째를 맞은 논두렁축구대회는 대회의 시작부터 남달랐다. 선수 대표를 중심으로 약 40명이 참여한 시축 장면은 참여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 내내 폭소가 터져 나왔고, 경기에서 지자 대성통곡 하는 초등부 선수들도 보였다. 둔탁한 볏짚 공이 울툭불툭한 벼논 그루터기에 걸리기도 하고 바운스도 제각각이어서 공을 몰고 가기란 쉽지 않다.

반면 성인부는 여유로운 볼 콘트롤 장기와 제스처를 보이고 자랑도 하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넓은 들판에 울려 퍼진 진행자의 익살스러운 말재간 생중계도 경기 내내 즐길 거리를 줬다. 마치 일반 축구 경기 중계를 보는 듯 관람객들도 즐거워 했다.

중앙광장에서는 지역 동아리들의 색소폰 연주와 레크리에이션이 펼쳐졌고 축구장 인근 논배미에는 노란 깃발 1500개를 동원한 대지예술 작품이 설치돼 이채로웠다.

대지예술을 기획한 조문환 놀루와협동조합 대표는 “83만 평의 평사리 들판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와 같아서 그 자체로도 그림이지만, 작가들의 작은 터치가 더해져 야외 미술관이 될 수 있다”며 내년에 더 많은 작가와 함께하는 대지예술제를 기약했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충분히 하동다운 축제의 가능성을 봤다. 군 차원에서 축제를 조직화, 육성해 하동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동군이 주최하고 놀루와가 기획·주관 한 이번 대회는 태평염전과 한국슬로시티본부가 후원을 맡아 대외적인 지원 조직도 제대로 갖췄다.

대회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겨울 들판 이벤트로 자리할 소재가 많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좀더 다양한 참가자들이 더해지면 평사리 들판의 탁월한 예술성과 어우러져 국제이벤트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도 있다는 평이 많았다.

하동군 관계자는 "평사리들판 논두렁축구대회가 경기를 넘어 지역과 예술이 만난 제3의 축제로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가 사진

이상 하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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