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한반도로 날아오는 겨울철새인 독수리가 경남 진주시 진성면 일원에 나타나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독수리는 '겨울철 진객'으로 불립니다. 이날 독수리의 공격에 까마귀가 되치기를 하는 귀한 모습이 포착돼 독자분들께 소개합니다.
독수리가 경남 지역에도 날아오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 그 자태를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 보니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진성면 한 축사 근처에 독수리가 가끔 나타난다는 축산농업인의 제보를 받고 10여일을 기다린 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독수리와 까마귀의 다툼 장면은 한파가 몰아친 어제(10일) 어렵게 찍었습니다. 제보한 이병욱 씨는 "몇 년 전부터 겨울이면 독수리 몇 마리가 논에 모습을 나타냈다"고 했습니다. 최근 며칠간은 두 마리만 보였습니다.
독수리는 매년 겨울이면 서식하던 몽골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떠나 보다 덜 추운 한반도를 찾아옵니다.
다 큰 독수리의 몸길이는 1m 안팎이며 날개 총길이는 성인의 키보다 훨씬 긴 2.5~3m 정도됩니다. 몸무게는 보통 4~5kg이고 암컷이 더 크답니다. 검독수리는 어두운 갈색을 띠며 머리와 목에 연한 갈색 깃털이 있습니다.
독수리의 순우리말을 대머리수리입니다. 독수리(秃수리)에서 한자 독(秃)은 대머리를 의미해 '대머리 대머리수리'가 됩니다. 대머리독수리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독수리의 외모는 완전한 대머리가 아니고 목 부분까지 털이 몸체보다 적다고 합니다. 동물 내장을 먹을 때 피와 털이 들어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신체구조라고 합니다.
다음 사진들은 독수리가 인근에 서식하는 까마귀 떼를 보고 공격을 하는 찰나를 포착한 것입니다. 독수리의 '사냥 모습'이 아니라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됐습니다. 까마귀는 토착 새입니다.
독수리는 무섭게 생긴 외모처럼 움직이는 먹잇감을 순식간에 매섭게 낚아채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거꾸로 몸이 둔해 사냥 능력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이날도 영리한 까마귀 떼를 만나서인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까마귀의 IQ는 60~70 정도(6~7세 아이 수준)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 중에 도구를 활용할 줄 아는 돌고래·침팬지보다 까마귀가 도구를 더 잘 활용한다고 하네요.
'쫓으려는(잡으려는)' 독수리와 '영리하게 대처하는' 까마귀의 치열한 수싸움 사진을 차례대로 배열했습니다.
몸집이 엄청나고 외모가 무섭게 생겨 위압적으로 보이는 독수리가 작은 동물 사냥을 잘 것 같지만 의외로 못한다고 합니다.
몸이 둔해 살아 있는 동물의 포획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따라서 죽은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어 '자연의 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수리도 파리는 못 잡는다’는 우스개 속담이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도 몸집이 크고 외모가 사납게 생겨 지방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충청 지방에서는 잔칫날 집 인근에 독수리가 날면 불화가 생긴다고 한답니다. 짐작컨대 죽은 고기를 주로 먹어 부정적인 해석을 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또 경남 거창에서는 독수리가 아이를 채간 뒤 이 아이가 장성해 다시 찾아왔다는 설화도 전해집니다. 독수리 몸체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린 아이를 낚아채갈 우려가 있으니 잘 보호하라는 경구로 여겨집니다.
오늘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수리와 까마귀의 다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독수리의 '둔함'과 까마귀의 '영리함'의 대결을 보면서 북풍한설 들판에서도 삶을 위한 치열함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