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발생한 '우순경 사건'에 대해 경찰이 43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김성희 경남도경찰청장은 26일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제2회 의령 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 참석,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성희 경남도경찰청장이 26일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제2회 의령 4·26 위령제'에서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유영환 유가족 대표가 김성희 경남도경찰청장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김 청장은 유가족을 비롯한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경찰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사과의 말씀을 전하지 못했다”며 “더 늦기 전에 유가족과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성찰하고 쇄신하겠다”며 “국민들께 더욱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대표인 유영환 씨가 김성희 경남도경찰청장의 사과에 유족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
유영환(65) 유가족 대표는 “경남경찰청장이 직접 방문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니 오래 묵은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 '4·26 사건'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추진에 경찰에서도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김성희 경남도경찰청장이 이날 행사장에 별로로 마련된 자리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도경찰청 관계자들은 공식행사를 마치고 유가족 대표 30여 명을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유족들의 의견을 듣고 김 청장은 유가족 한 분 한 분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전원배 어르신이 그날 사건을 회상(回想)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우체국 교환원이던 여동생을 떠나보낸 전원배(84) 어르신은 “모든 경찰이 잘못한 것이 아니며 내 조카도 경찰"이라며 "이렇게 경찰의 공식적인 사과를 해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많은 분이 우리의 슬픔에 공감해 주는 것 같아 심적으로 참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족이자 피해자인 배병순 할머니가 마이크를 들고 당시 상황과 지금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건 당시 남편이 숨지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던 생존자 배병순(93) 할머니는 “시간이 지나도 더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며 “지금 와서 경찰의 사과한다고 뭐가 바뀌는 게 없겠지만 세월도 흘렀고 어쩌겠냐, 용서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냐”고 했다.
이른바 ‘우순경 총기난사 사건’은 지난 1982년 4월 26일 밤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이던 우범곤 순경이 이튿날 새벽까지 궁류면 토곡리, 압곡리, 운계리, 평촌리 일대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다. 당시 주민 56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이 사건을 보도 통제로 덮었고 위령제는 42년이 지난 지난해 처음으로 거행됐다.
김성희 경남도경찰청장 의령 4·26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다.
유영환 유가족 대표와 경남도경찰청 관계자들이 위령탑을 둘러보고 있다.
한편 의령군은 지난해 위령탑을 완공했으며 총 사업비 30억 원으로 궁류면 평촌리 9번지 일원에 8891㎡(약 2690평) 면적 규모로 의령4·26추모공원을 조성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위령탑 하나를 건립하는데 42년 세월이 걸렸지만 추모공원 전체를 완성하는 데는 1년의 세월이면 충분했다”며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교육의 장이 되고, 매년 봄기운을 느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령4·26추모공원 전경. 의령군
의령 4·26 추모공원은 오 군수가 지난 2022년 "궁류 사건 희생자 40년 한을 풀어 드리겠다"며 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하며 위령제 등 개최와 함께 조성 논의가 이뤄졌다.
■ 추가사진
26일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제2회 의령 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 참석자들
의령 4·26 위령제에서 오태완 의령군수가 제를 올리기 전 큰 절을 하고 있다.
의령 4·26 위령제에서 오태완 의령군수가 잔을 올리고 있다.
이날 추모식에 마련된 '흰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 행사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이 원혼을 풀고 좋은 곳에서 편안하기를 기원하며 새 모양의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고 있다.
추모식 퍼포먼스로 진행된 '흰 풍선 날리기'에서 참석자들이 날린 풍선들이 하늘 높이 날고 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이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유가족들이 줄을 서 헌화를 하고 있다.
한 유가족이 희생자의 이름을 쓰다듬고 있다.
유가족 등 행사장 참석자들이 행사를 마치고 인근 나무 아래 평상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며 당시 숨진 마을 사람들을 기리고 있다. 이상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