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개구리 얕게 월동 하면 겨울이 따뜻하다'는 속담은 월동(越冬·겨울을 남)을 하는 개구리의 동면 상태를 보고서 한 겨울 농사를 점친다는 농사 속담입니다.
개구리는 추운 겨울에 땅속에서 동면(겨울잠)을 하는데 날씨가 따뜻할 듯하면 땅 속 얕은 곳에서 월동을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다 아는 상식입니다.
이 속담은 겨울 작물의 웃자람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가을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거나 '가을 무 꽁지가 길면 겨울이 춥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하지요.
바깥에 드러난 무 껍질은 추우면 자신의 몸체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워집니다. 또 몸통의 맨 끝인 뿌리 끝부분이 길어졌다는 것은 뿌리가 추위를 피해 땅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것이지요.
'개구리가 잠을 깬다'는 경칩을 지난 3월 중순, 나무를 심기 위해 판 산기슭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나온 참개구리 모습. 눈이 감겨져 있다. 정창현 기자
요즘은 보리를 거의 심지 않지만, 30년 전만 해도 보리는 쌀과 함께 우리의 2대 주식으로 가을에 벼를 거두고 나면 곧바로 보리를 심었지요. 겨울철 보리의 생육은 다음 해 5~6월 보리 소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추억을 되살리면, 벼 수확 후 조금 지나 벼논이 마르면 경운기에 쟁기를 달아 고랑을 내고 보리 씨앗을 뿌린 뒤 로터리를 하며 흙을 덮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늦가을과 초겨울 쯤 논에는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지요. 보리는 이렇게 한겨울을 보냅니다. 본격적으로 자라는 건 다음 해 봄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추억을 되새기면, 경운기 대신 소 쟁기질을 하고 온 가족이 논에 나가 곡괭이, 쇠스랑 등으로 쟁기질을 해놓은 큰 흙을 잘게 부숩니다. 이어 보리 씨앗을 뿌리고 다시 고랑에 있는 흙을 올려 덮어주지요.
밭에 심는 보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속담처럼 동면에 들어간 개구리가 땅 속 깊이 들어가 잠을 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구리가 그 해 겨울엔 덜 추울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 미물 중엔 인간과 달리 촉이 매우 발달된 생물이 더러 있습니다. 자신이 자다가 얼어죽거나 추위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맞춥니다.
혹여 산과 들 주위에 땅을 파다가 동면 하는 개구리가 나올 때 깊이를 파악해 보시지요.
참고로 개구리는 동면을 어떻게 할까요?
개구리의 동면은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합니다. 동남아시아 등 열대 지방 개구리는 동면을 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토종 개구리는 겨울에 동면을 하는데 참개구리는 산기슭 등에서 땅을 파고 들어가서 하고 북방산 개구리, 아무르산 개구리, 계곡산 개구리는 가랑잎이나 바위틈 속에서 동면을 한다고 하네요.
이 중 큰 개구리인 일부는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 돌 틈에서 동면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나 두꺼비는 보통 얼음이 어는 점인 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땅 속에서 겨울 보금자리를 잡는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