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많은 비는 아니지만 2개월여 만에 경남 지방에 단비가 내립니다. 겨울가뭄이 극심해 농민들의 걱정이 커진 터여서 무척 반가운 비입니다.
공식적으로 2개월 만의 비이지, 눈발과 빗방울을 본 지는 기억에 가물가물합니다. 반가움에 사진기를 들고 버선발로 나서 우중(雨中) 스케치를 했습니다.
개구리도 비를 꽤 기다린 듯하네요. 이끼가 낀 개울가에서 머리를 내민 모습을 보니, 이 녀석도 비가 무척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지난 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개구리가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짝짓기 자세입니다. 짝짓기엔 수컷이 위에 있는 게 맞다는데, 암컷에 비해 너무 작네요. 체위가 거꾸로인 종도 발견됐다고 하지만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저게 짝짓기라면 곧 날이 따뜻해지면 웅덩이에서 꼬물대는 올챙이를 보게 되겠지요.
기자는 오늘 예상치 못한 '왕건이'를 건졌습니다.
개구리는 비와 관계가 많습니다. 오랜만에 내린 비가 '청개구리 동화'도 생각하게 합니다. 모내기를 끝낸 무논에서 '개굴개굴' 울어대면 곧 비가 온다는 예보라지요. 개구리의 합창을 어느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당하겠습니까.
다음은 빗방울이 만들어낸 한 폭의 그림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의 파장이 만든 크고 작은 원들이 '비오는 날의 수채화' 한폭을 선물했습니다. 자연이 빚어내는 예술은 인간의 손을 탄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다음은 밭작물입니다. 비를 가장 반긴 곳입니다.
땅과 잎사귀들이 머금은 촉촉함이 확실히 생기를 돌게 만들었네요. 눈대중으로도 그렇게 보입니다.
봄비 분위기의 백미는 뭐래도 꽃잎입니다.
벌써 핀 매화꽃의 얼굴을 빗방울이 씻어냈습니다. 꽃봉오리 아래로 맺혀 있는 빗방울이 영롱함을 자아냅니다.
절기는 경칩을 지나 21일이면 춘분입니다. 봄비가 자주 올 시기입니다.
이젠 만물이 땅의 기운을 듬뿍 받고 소생하는 계절입니다. 간간이 비가 대지를 적셔주면 더없이 좋겠지요.
편안함이 자리한 일요일에, 촉촉히 비가 내려 더 포근해집니다.
농민분들 긴 가뭄에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