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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겨울 끝, 봄 재촉 비 스케치···개구리도 짝짓기 하며 반겼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3.13 14:53 | 최종 수정 2024.06.23 09:49 의견 0

썩 많은 비는 아니지만 2개월여 만에 경남 지방에 단비가 내립니다. 겨울가뭄이 극심해 농민들의 걱정이 커진 터여서 무척 반가운 비입니다.

공식적으로 2개월 만의 비이지, 눈발과 빗방울을 본 지는 기억에 가물가물합니다. 반가움에 사진기를 들고 버선발로 나서 우중(雨中) 스케치를 했습니다.

개구리도 비를 꽤 기다린 듯하네요. 이끼가 낀 개울가에서 머리를 내민 모습을 보니, 이 녀석도 비가 무척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지난 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이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떨어졌던 낙엽과 봄비에 얼굴을 내민 개구리 모습이 잘 대비됩니다. 두 마리 입니다. 정창현 기자
겨울잠을 푹 잤는지, 밑에 녀석의 몸집이 꽤 튼실해 보입니다. 정창현 기자

그런데 흥미롭게도 개구리가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짝짓기 자세입니다. 짝짓기엔 수컷이 위에 있는 게 맞다는데, 암컷에 비해 너무 작네요. 체위가 거꾸로인 종도 발견됐다고 하지만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저게 짝짓기라면 곧 날이 따뜻해지면 웅덩이에서 꼬물대는 올챙이를 보게 되겠지요.

기자는 오늘 예상치 못한 '왕건이'를 건졌습니다.

개구리는 비와 관계가 많습니다. 오랜만에 내린 비가 '청개구리 동화'도 생각하게 합니다. 모내기를 끝낸 무논에서 '개굴개굴' 울어대면 곧 비가 온다는 예보라지요. 개구리의 합창을 어느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당하겠습니까.

다음은 빗방울이 만들어낸 한 폭의 그림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의 파장이 만든 크고 작은 원들이 '비오는 날의 수채화' 한폭을 선물했습니다. 자연이 빚어내는 예술은 인간의 손을 탄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떨어진 빗방울이 바닥을 벗삼아 만들어낸 작은 원들. 비오면 나가 놀고 싶어 가슴이 팔짝 거리던 옛 동심을 자극합니다. 정창현 기자
앵글을 빗방울에 바짝 당겼습니다. 동심을 부르던 모습이 화성의 신비함으로 느껴지네요. 정창현 기자

다음은 밭작물입니다. 비를 가장 반긴 곳입니다.

땅과 잎사귀들이 머금은 촉촉함이 확실히 생기를 돌게 만들었네요. 눈대중으로도 그렇게 보입니다.

양파를 심은 바닥이 물기를 머금어 상큼함이 물씬 느껴집니다. 정창현 기자
봄의 양기를 받아선지 쪽파의 파릇함이 더 선명합니다. 이날 비로 가뭄에 마른 잎을 떨궈내고 곧 새싹을 채우겠지요. 정창현 기자
빗방울이 시금치 잎사귀마다 송알송알 맺혔습니다. 얼마만일까요? 정창현 기자
여긴 빗방울이 굵게 맺혔네요. 쌈 싸먹을 때 본 듯하지요? 유채 잎입니다. 겨울초라고도 합니다. 정창현 기자

봄비 분위기의 백미는 뭐래도 꽃잎입니다.

벌써 핀 매화꽃의 얼굴을 빗방울이 씻어냈습니다. 꽃봉오리 아래로 맺혀 있는 빗방울이 영롱함을 자아냅니다.

매화나무의 꽃과 봉오리, 빗방울이 3박자로 잘 어울립니다. 정창현 기자

절기는 경칩을 지나 21일이면 춘분입니다. 봄비가 자주 올 시기입니다.

이젠 만물이 땅의 기운을 듬뿍 받고 소생하는 계절입니다. 간간이 비가 대지를 적셔주면 더없이 좋겠지요.

편안함이 자리한 일요일에, 촉촉히 비가 내려 더 포근해집니다.

비 내린 날, 새와 저수지의 운치입니다. 물고기를 낚아채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정창현 기자

농민분들 긴 가뭄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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