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 '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은 발행인인 정 기자가 세상사에서 비켜서 있는 곳곳을 찾아 그 속내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코너입니다. 고샅길은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입니다. 정 발행인은 '고샅길' 의미처럼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호흡이 긴' 사진 여행을 합니다. 구석을 찾는다는 뜻에서 도심의 풍경과 정취도 포괄해 접근합니다. 좋은 연재물이 되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가까이에 있다고 자주 찾는 게 아니더라"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13일 오후 진주역이 있던 경남 진주시 강남동 철도문화공원을 들렀습니다. 지난 2023년 6월 공원의 큰 그림을 완성하고 개장해 2년 가까이 지났지만 "한번 들르지" 하면서도 그간 가보지 못했습니다. 진주 사람들이 진주성, 진양호를 1년에 한 번도 들르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맥락입니다.

동행했던 분이 "거 볼 게 뭐 있다고. 다음에 근처 들를 때 가보지 뭐"라고 했었는데 이 분은 봄햇살 아래 공원을 걸으면서 "엄청시리 넓어 산책하기 좋네"라고 하더군요.

봄날 오후 기자의 일행은 이날 두어 시간 공원 나들이를 했습니다. 공원 봄단장에 나선 인부들은 화단 경계석을 교체하고 있었고, 공원 곳곳에선 봄맞이 나온 시민도 더러 있었습니다. 공원의 길이가 너무 길어 공원 중심부와 동쪽인 주약동 쪽으로만 취재했습니다. 올 가을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좋은 반대편 남강 쪽을 소개하겠습니다.

옛 진주역사 쪽에서 본 '철도문화공원' 중심부 전경. 공원의 상징인 차량정비고와 열차 차량이 자리하고 있다.

철도역사공원 전경. 차량정비고, 열차 차량, 대나무 조형물이 자리한 가운데 한 젊은이가 소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공원 곳곳엔 봄기운이 내려앉은 모습이다.

철도문화공원 종합안내판

철도문화공원 사업은 진주시가 지난 2019년 '옛 진주역 철도부지 재생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구체화 됐습니다.

1925년 생긴 진주역은 경전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2012년 가좌동으로 이전됐고, 이곳은 한동안 폐철도 부지로 남아있었지요. 2022년 4월 완공됐는데 국비 등을 포함해 480억 원이 들었습니다.

4만 2000㎡의 드넓은 철도 부지와 옛 진주역사 등을 문화재로 보존하면서 시민들이 상시 들러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지요.

이곳에는 옛 진주역 광장인 일호광장을 비롯해 차량정비고, 차량 전시공간, 전차대, 백년의 숲, 자연놀이 뜰, 맹꽁이 생태공원, 백년마당, 야외전시마당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원 중심지 시설물들

열차가 다니던 철로 모습. 목침과 자갈을 그대로 깔아놓아 열차를 이용하던 옛 추억을 더듬게 한다.

철로 위에 전시된 열차 차량. 관람객들은 차량 계단으로 올라가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차량 뒤의 붉은 벽돌 건물은 차량정비고다. 전시 차량 바로 오른쪽 레일은 진주역이 폐쇄되기 전 차량이 정비고로 들어가고 나오던 레일이다. 진주역에 정차하던 열차는 이 정비고로 들어가 점검을 받은 뒤 다시 운행됐다.


차량정비고 옆에 있는 열차 차량 모습. 왼쪽 팁승 문은 잠가놓았다.

열차 차량에 오르면 처음 접하는 공간ㅇㅣ다.

차량 내부엔 화사한 각종 꽃무늬를 조화로 꾸며놓았다.

차량 내부로 더 들어가면 '빛과 기억의 공간'이 나온다. 문구에는 '북에는 평양, 남에는 진주라고 불릴 만큼 번영했던 진주와 그 중심지였던 옛 진주역. 1925년 개통돼 진주를 찾은 이들에게는 반가운 인사를, 추억을 담아 돌아가는 이들에게는 정겨운 배웅을 해주던 옛 진주역이 2012년 복선전철화로 인해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다가 2023년 철도문화공원으로 재탄생됐다'고 적혀있다.

옛 진주역 관련 동영상들이 소개된다.

공원 주차장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열차 차량

공원 주차장 근처에 있는 열차 차량의 새마을호 좌석 모습. 중년 여성들이 예전에 타고 다니던 열차를 추억하고 있다.

차량정비고 안내 문패와 안내 표지판.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열차 두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차량정비고는 1925년 지어져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굴곡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외벽 곳곳엔 6·25 때 비행기 기관총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진주시 관계자는 "행사 때만 문을 연다"며 "오는 4월 초 전시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진주역 차량정비고 안내판

차량정비고 내부에 있는 전시물 모습. 지난 행사 때의 전시물로 보인다. 문이 닫혀 있어 창을 통해 찍었다.

▶공원 정취

시민들이 따스한 봄볕을 쬐며 봄기운을 즐기고 있다.

많은 시민이 날씨가 따뜻해지자 공원에 나와 걷고 있다. 바로 옆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옛날 경운기 등 농기계를 만들던 대동공업이 있던 자리다.

맨발로 걷는 황톳길 모습. 상당히 길다.

어르신들이 나무벤치 아래 신발과 양말을 벗어 두고 맨발로 걷고 있다.

주약동 쪽 다리 위에서 공원 중심부를 보고 찍은 전경

부부가 주약동 약골 쪽으로 걷고 있다. 이 길은 진주역~문산역~이반성 간의 자전거 전용도로다. 경전선 복선화로 폐선된 철로길을 자전거길로 만들었다.

공원에는 데크길도 만들어 놓아 무료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전차대 공간. 전차대란 기관차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장치다. 옛날엔 기관차의 앞과 뒤가 구분돼 있어 기관차의 앞 뒤를 바꾸어야 했다.

전차대 아래 만들어 놓은 공간 모습

날씨가 며칠 봄기운을 머금자 매화 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맺혔다.

봉오리 중 성질 급한 빠른 녀석은 꽃잎을 내놓았다.

▶국립진주박물관 건립지

국립진주박물관은 오는 2027년 준공 및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진주성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이 이곳으로 이전하면 철도문화공원과 연계한 문화, 학습, 교육, 체험공간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철도문화공원에 짓는 국립진주박물관 안내판. 진주성에 있는 박물관을 옮긴다.

국립진주박물관 부지에 팬스가 설치돼 있어 곧 건물ㅇ라갈 것으로 보였다. 뒷의 산은 망경산이다.

▶옛 진주역사

옛 진주역은 1925년 6월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 7월 화마로 소실됐었습니다.

지금의 역사 골격은 전쟁이 끝난 1953년을 한참 지난 1956년 12월 신축한 것입니다.

경전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진주역을 2012년 12월 가좌동으로 이전하면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옛 진주역사 모습. 기차를 타고 내리던 플랫폼이 있던 공원 쪽에서 찍었다.

한 젋은이가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그림 도구로 전경을 도화지에 담고 있다. 반려견이 함께했다. 오른쪽이 옛 진주역사다. 이상 정창현 기자

며칠 전까지 봄이 완연해지나 했는데, 어제부터 날씨가 돌변했습니다. 꽃샞추위는 며칠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이날 철도역사공원에는 아파트 등 인근 주민들이 나와 산책을 하는 모습이 더러 띄었습니다. 곧 다가설 벚꽃, 개나리 활짝 핀 봄날, 들러보기를 추천합니다. 걷기운동 공간으론 제격으로 여겨졌습니다.

▶일호광장 진주역 상설전시실

다음은 진주역 상설전시장입니다. 일정이 바빠 들르지 못해 경남도의 사진자료 몇 장을 소개합니다.

매주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휴관을 합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입니다.

이상 경남도

드론으로 찍은 철도문화공원 전경. 가운데 붉은 벽돌 건물이 차량정비고이고 열차 차량이 공원 두 곳에 자리하고 있다. 위쪽 길은 진주성 촉석루 건너편 남강 둔치까지 이어지고 아래로는 주약동 약골로 연결된다. 옛 진주역은 맨 아래 오른쪽에 있는데 사진에선 보이지 않는다. 진주시


지금까지 철도문화공원의 봄날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진주시 누리집(홈페이지)이나 포털사이트에서 철도문화공원을 검색하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종합자료가 없다는 점입니다. 좋은 힐링 공간을 만들어놓고, 홍보가 덜 돼 있다면 시민들로선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또한 차량정비고를 상시 개방하고, 전시 공간을 따로 만들어 전시를 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상시 개방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차량정비고는 이 공원의 상징성이 그 중 크고, 이곳을 들르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시설입니다. 예전에 쓰던 각종 기기 등을 갖춰 콘텐츠를 보강하고, 설명도 세세하게 해 놓으면 관람객들이 이른바 '시시한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