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역대 최대 최악의 피해를 낳은 산불이 발화 149시간 만에 꺼졌다. 이 산불로 주민과 산불진화대원 등 24명(경남 산청 4명 제외)이 숨졌고 축구장 6만 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28일 오후 5시를 기해 경북 북동부 5개 시도 산불이 모두 진압됐다"고 밝혔다.
"정말 고생했습니다". 산불로 시커먼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산등성 바위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대원들의 모습. 순간 강풍이 불자 대원들이 몸을 움크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쯤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후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인근 4개 시·군으로 번졌다.
특히 강풍·고온·건조 등 진화에 악조건인 기상 상황이 이어진 탓에 산불은 바싹 마른 나무와 낙엽 등을 따라 급속도로 이동했고, 안동·청송·영양 등 내륙뿐만 아니라 최초 발화지에서 80㎞ 떨어진 동해안 영덕까지 피해 범위에 들었다.
몸집을 불린 '괴물 산불'은 한때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했다.
산림 당국은 산불 발생 후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매일 진화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동원해 주불 진화, 국가주요시설·민가·문화유산 주변 방화선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이 맞물려 형성된 불리한 진화 여건 속에 현장 진화대원 피로 누적, 진화 헬기 추락 사고 등 문제도 발생해 대부분 지역에서 불을 끄는 작업은 더디게 이뤄졌다.
산불 확산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2∼3㎞ 앞까지 불길이 근접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하지만 전날 오후 늦게부터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에 1∼3㎜의 비가 내리면서 상황은 1주일 만에 극적 반전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밤새 내린 비로 산불 확산 속도가 둔화하고, 진화 헬기 운용에 장애로 작용하는 연무도 잦아드는 등 유리한 기상 환경이 조성된 까닭에 진화 작업이 가파른 속도가 붙었다.
이에 전날 오후 5시 기준 63%에 머물렀던 진화율은 이날 낮 12시 기준 94%까지 치솟았다.
1주일째 이어진 이번 경북 산불의 잠정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까지 4만 5157㏊로 집계돼 역대 최대 산불 피해를 냈다.
또 지금까지 안동, 영덕 등에서 주민 등 24명이 사망했고, 주택 등 시설 2412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의성, 안동 등지 주민은 6322명으로 집계됐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이재민 대책, 산림 및 문화재 복구 등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산림 피해와 함께 경북 북부권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산불이 상시화, 대형화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불진화 시스템 구축과 장비·인력 보강 등 진화대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