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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진해군항제가 지난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공설운동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29일부터 공식 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축제는 4월 6일까지 이어집니다.

벚꽃들이 꽃망울을 잇따라 터뜨리고 있어 벚꽃 정취가 나고 있습니다. 날씨가 다소 쌀쌀하지만 2~3일 안에 완연한 벚꽃 정취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재송 독자의 벚꽃 구경기]의 두 번째 기사로 진해구 중원광장 옆 벚꽃로와 편백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공연장과 먹거리 장터의 밤 정취를 둘러봤습니다. 축제장에선 사람 구경,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지요.

앞서 소개한 경화역공원 벚꽃은 다음 날인 30일 오전 찾았지만, 축제의 주인인 벚꽃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제63회 진해군항제 공연과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있는 진해 중원광장. 네이버 지도

벛꽃로와 편백로 근처에 세워진 중원광장 표지판

진해구 중원광장을 중심으로 8개 방향으로 뻗은 도로 이정표

참고로 진해군항제는 1952년 한국전쟁 중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린다는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진해엔 이순신 장군의 후예들이 문무(文武)를 갈고 닦는 해군사관학교가 있습니다.

진해 '문화의 거리' 일대인 벚꽃로와 편백로에서는 각종 공연과 함께 먹거리장터도 열려 방문객들이 벚꽃 핀 야경을 즐겼습니다.

▶품바공연

진해시 신흥동 벛꽃로에서 펼쳐진 품바타령 공연 모습. '작년에 왔던 각설이 잊지도 않고 또왔네'란 말처럼 올해도 또 어김없이 나타나 웃음보따리를 풀었다.

백마예술공연단의 이재주 품바(장타령으로 동냥하는 이)가 공연 내용과 순서를 안내하고 있다.

구수한 입담으로 관객들이 배꼽을 잡게 만들다가 장구 공연에 몰두하고 있다.

품바타령은 역시 중년 어르신들에게 인기다. 공연이 재치있고 흥이 듬뿍 나 젊은이들도 공연을 보기를 추천한다.

백마예술공연단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있다.

다음은 입으로 전해지는 장타령(품바·각설이 타령)의 가사입니다. 품바타령은 웃음을 주는 해학(諧謔)의 이면에 불평등에 항거하는 분노가 담겼다고 합니다.

얼시(씨)구 시(씨)구 들어간다/ 절시(씨)구 시(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요놈의 소리가 요래도 천냥 주고 배운 소리/ 한 푼 벌기가 땀난다/ 품! 품바가 잘한다/ 네 선생이 누군지 남보다도 잘한다/ 시전 서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 맹자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이 잘한다/ 뜨물통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한다/ 기름통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여기서 '얼시(씨)구'는 얼(양반 남자와 천민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자식)의 씨를 구한다는 의미이고,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는 얼의 씨가 몸 안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또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는 '전생의 영(靈)이 죽지 않고 이생에 다시 태어났다'는 뜻이랍니다.

▶유흥 거리

축제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즐길 거리입니다. 심심풀이로 뽑기도 하고 사격도 하고 그럽니다.

여학생인 듯한 여성이 고리(링) 던지기 게임장 앞에 서서 경품을 주시하고 있다. 이 게임은 말뚝 주위에 링을 던져 넣는 것이다.

야구 게임장 모습

사격 게임장. 축제 때 빠지면 섭섭한 게임이다.

▶먹거리장터

축제장에서 최고 인기 메뉴인 닭꼬치 가게

꼬치도 상당히 다양해졌다. 닭꼬치에서 염통꼬치, 문어꼬치 등도 등장했다.

통돼지 바베큐. 먹음직스럽게 구어져 있다.

통돼지

밤 한기를 떨쳐주는 따끈한 국이 큼지막한 솥에서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다.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촌에 방문객들이 많이 찾았다. 부모와 함께 아장아장 걷는 어린이 눈에는 축제 자체가 신기해 보인다.

케밥도 축제장에선 꽤 인기다.

청년창업마켓에서도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각종 제품들을 진열해 놓았다.

불야성인 야외 먹거리장터 거리 모습. 대부분 젊은이들이 나와 벚꽃 핀 진해의 밤을 즐겼다. 이상 독자 정재송 씨

창원시는 진해군항제 기간 동안 특히 바가지요금 근절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뜨네기 장사를 하는 한시적 영업시설과 푸드트럭에서 가격표 게시 여부, 양도(전매) 위반 여부, 실제 가격과 중량 일치 여부 등을 중점 점검 중입니다. 2023년 축제 때 바가지 가격으로 엄청난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요.

아쉽게도 이번 축제에선 군부대 개방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최근 발생한 인근 산청을 비롯한 전국의 대형 산불로 인해 사망한 분들을 애도하는 차원입니다.

당초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개방 예정이었던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진해기지사령부 11부두 및 통해로 개방이 취소됐고 함정 견학과 K-방산홍보전, 4월 5일 예정된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도 전면 취소됐습니다.

다만 주말 동안 해군교육사령부 주차장은 개방되고 웅동수원지는 예정대로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