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안동의 개 사육장에서 주인이 철창문을 잠그고서 급히 대피하는 바람에 갇혀 있던 개 700마리가 타 죽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개사육 주인은 뒤화마가 지난 뒤 사육장을 찾았으나 처참한 현장 모습에 망연자실 했다. 그는 "남은 7마리도 팔아야겠다"고 말했다. 안타까움에서 뱉은 이 말이 한 방송을 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700여 마리의 개가 갇혀 있다가 산불로 거의 타 죽은 경북 안동의 개 사육장 모습. 챗GPT
JTBC는 지난 30일 화마가 휩쓸고 간 안동의 한 개 사육장의 처참한 현장을 보도했다.
방송은 산불 화염에 그을리고 구겨진 사육장 철창 안에는 700여 마리가 누운 채 타 죽어 있었고, 탄내와 악취로 숨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화마 속에서 살아남은 개는 7마리뿐이었다. 눈위에는 불똥이 튄 흔적이 남아있거나 화염에 녹은 뜬 장의 틈을 겨우 빠져나와 개울가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는 개도 있었다.
살아 남은 개의 눈 위에 불똥이 튄 흔적이 하얗게 남아 있다.
화염에 녹은 뜬 장의 틈을 겨우 빠져나와 개울가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는 개의 모습. JTBC 뉴스
현장에서 개 상태를 본 수의사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폐나 기관지가 화상을 입었을 수 있다. 사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소견을 내놓았다.
개 사육 주인은 눈 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살아있는 7마리를 팔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산불 사태로 못 먹여서) 산에서 굶어죽느니 차라리 식용으로 가버리는 게 낫잖아"라고 했다.
낙담한 채 내뱉은 투박한 경상도 말이 구사일생으로 산 개들을 팔겠다는 비상식적인 말로 들릴 수 있었다. 비감한 마음에 한 말이 오해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방송에선 이 부분의 음성을 아주 작게 편집했다.
이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개 주인의 동의를 얻어 이들 개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안동시는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들도 진화 작업에 긴급 동원돼 개의 구조에 공백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했다.
누리꾼들도 갑론을박이다.
비판한 쪽은 "주인 분이 돌아와서 살아남은 7마리를 파는 것만 생각하니 씁쓸하다", "그냥 풀어주기만 해도 알아서 살았을 거다"고 한 반면, 다른 쪽에선 "불이 나서 경황이 없었을 수 있다", "개를 풀었으면 들개가 되거나 사람을 공격했을 수 있다", "문 잠그고 간 건 다행이라고 본다"고 말해 상황을 보는 눈은 엇갈렸다.
한편 이번 산불로 전국에서 타 죽은 소와 돼지는 2만 마리가 넘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반려동물 피해는 집계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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