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 코리아'가 무려 26조 원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본계약은 오는 7일 한다. 해외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수주는 지난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만이다. 경쟁이 치열한 유럽 시장에 첫 진출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은 체코의 테멜린 원전 3·4호기 신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총 수주 규모는 약 5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30일(현지 시간) 오는 5월 7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한수원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을 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이번 사업은 체코에 1천 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오는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건설에 나선다.
한수원은 본계약 이후 한전기술, 대우건설 등과 설계, 시공, 기자재 조달 관련 후속 계약을 하고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체코 정부가 테멜린 단지 내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을 확정하면 이 사업에서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한다.
앞서 한수원은 테멜린에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입찰 제안서를 함께 제출했다.
테멜린 원전 건설 계획이 확정돼 추가 계약을 따낼 경우 한국 원전의 체코 수출 규모는 총 4기로 늘어나고 수주액은 무려 54조 원이 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원자로 1기당 사업비는 2000억 코루나(약 13조 원)이다. 테멜린 원전까지 포함하면 약 52조 원에 이른다.
업계는 반색이다.
원전 업체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1~4호기 모두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각자 해외 일감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대형 프로젝트가 생겨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이번 수주는 원자로의 핵심 계통까지 한국 기업이 모두 납품해 일감이 더 풍부해졌다.
앞서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는 핵연료로 증기를 데우는 1차 계통 설비의 41%는 웨스팅하우스 제품을 사용했다. 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2차 계통(터빈 발전기)도 웨스팅하우스의 모기업인 도시바로부터 납품을 받았다.
기술적 한계와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를 고려한 결과였다.
한국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매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건설 단가, 공사 기한 준수 역량 등에서 한국이 미국, 프랑스보다 경쟁력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체코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국가들도 한국 원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펴뉴 한수원은 이번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이후 최종사업자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에 밀린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진정을 제기했다.
UOHS는 지난해 11월 관련 진정을 기각했으나 이들 업체는곧바로 항소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항소를 취하했다. 체코 당국은 ED가는 소송을 이어갔지만 지난 24일 항소를 최종 기각했다.
한편 유럽 지역에서의 원전 수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 종식하기 위해 유럽 시장은 미국에 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해 말 스웨덴, 올해는 슬로베니아와 네덜란드 원전 사업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제조 역량이 없어 수주는 하더라도 자재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새로 개발한 APR-1000 원자로도 EU가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입찰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