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1일)은 24절기 중 10번째인 하지(夏至)입니다. 올해는 장마가 시작돼 전국에 호우를 뿌리고 있습니다.

하지는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의 절기입니다.

절기는 농업이 주요 생활수단이던 시절 동양의 전통 달력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준을 음력으로 알고 있는데 양력입니다.

지난 19일 경남 진주시의 한 농가에서 감자를 캐고 이ㅛ는 모습. 정창현 기자

하지는 보리를 모두 베고 모내기도 끝내는 절기입니다. 요즘엔 모내기 시기가 다소 빨라져 2모작(보리 등을 심은 논) 모내기도 벌써 끝났습니다.

이 시기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습니다. 낮의 길이가 밤보다무려 5시간 30분 길다고 합니다.

하지는 여름의 중간 지점으로 1년 중 가장 더운 날로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 한반도에서 기온(온도)이 가장 높은 날은 입추라고 합니다.

고려사(高麗史)에서는 하지 기간(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의 알이 생긴다고 적고 있습니다.

반하는 밭에서 자라는 덩이뿌리인데 하지 무렵에 캔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까무릇(꿩이 잘 먹는 무릇), 법반하(法半夏), 소천남성이라고 하며 한약재로 씁니다. 가래, 해수, 천식 등에 효능아 있습니다.

이 무렵엔 또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 매기, 마늘 수확,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을 합니다.

이때 본격적인 장마도 시작됩니다. 지난해에는 무척 더웠는데 올해는 전국에 장마가 다가와 비가 지속내립니다

예전엔 하짓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군.

아마 농작물이 자라는데 물이 필요하고, 물은 곧 비를 의미하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하지 이전엔 가뭄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 민간에선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이 때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이를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 개나 소의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 속담도 있네요.

-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의 싹이 죽어 빨리 캐야 하고, 보리도 말라비틀어져 알이 잘 배지 않는다. 강원 평창에서는 하지에 첫 감자를 캐 조상께 올리는데 이를 ‘감자 천신(薦新)한다’고 한다. 첫 감자를 캐다가 전도 부쳐먹었다.

-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 모내기는 하지 전에 해야 모가 잘 자란다는 뜻이다.

-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느라 매우 분주해진다는 말이다.

-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 하지 이후에 장마철로 접어들어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