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芒種)은 24절기 중 9번째로 여름 더위가 다가섬을 느끼는 절기입니다.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인데 보통 6월 5~7일에 듭니다. 참고로 6일 현충일은 망종일과 망종 때 지내던 제사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망종의 망(芒)은 까끄라기 망(芒), 즉 까끄라기가 있는 곡물을 뜻하고 종(種)은 씨앗 종(種)입니다. 벼처럼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시기란 의미입니다.

5일 오전 경남 진주시 사봉면 들녘. 1모작 모내기를 끝낸 논에 모가 뿌리를 내려 파릇해지고 있다. 정창현 기자

망종 절기엔 모내기가 한창이고 보리베기도 해 농가에서는 무척 바쁩니다. 보리를 많이 심는 남부 지방이 더 하지요. 망종까지 보리를 베야 빈 논에 벼도 심고 밭에는 작물을 심습니다.

이 무렵엔 심한 가뭄이 오기도 합니다. 천수답이 많았던 예전엔 가뭄으로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농민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비를 기다리곤 했답니다. 요즘엔 소류지(저수지), 4대강 보 등 수리 시설이 잘 돼 있습니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와 비닐모판 활용 등으로 예년에 비해 모를 심는 시기가 7~10일 정도 빨라졌습니다. 망종보다 한 절기 앞선 소만 무렵에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남부 지방에서는 맨논에 심는 1모작은 끝났고, 보리를 수확한 논에 모를 심는 2모작이 시작됩니다. 요즘은 보리보다 소 사료용 풀을 많이 재배해 수확 중입니다.

정부에선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논에 타 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줍니다.

못줄에 따라 손모내기를 하거나 아름드리 그늘 밑에 둘러앉아 새참과 점심 먹던 시절이 아련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서로 품앗이 하며 모내기를 할 때입니다. 이른바 두레이지요. 요즘엔 경험하기 힘든 모습들입니다.

이 자리엔 이앙기, 트랙터, 경운기 등 기계가 대신해 들판엔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옛 사람들은 망종을 5일씩 끊어서 3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마귀가 나오고, 중후(中候)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고 했습니다.

이때는 반딧불이가 나타나고 매실(매화 열매)가 커져 수확을 앞두지요.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익어갑니다.

한방에서는 이 때가 기온이 오르고 에너지를 밖으로 많이 내놓는 때라 뱃속이 냉해지기 쉽다고 합니다. 심장과 소장이 약해지기 쉬우니 잘 보하라는 말입니다.

망종 절기의 속담도 살펴봅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은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보리는 망종 삼일 전까지 베라'는 말도 있습니다.

망종이 지나면 보리가 더 이상 익지 않아 기다릴 필요 없이 베내야 한다는 것입니다.망종을 넘기면 바람이 심해져 보리가 쓰러질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는 햇보리를 베서 먹고, 모를 심는다는 뜻입니다.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속담도 같은 맥락입니다.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풋보리)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 보리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고 해서 나온 속담입니다.

올해 망종은 음력으로 5월 10일입니다. 여러가지가 풍족한 요즘에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지난 시절을 되새김해 보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여러 가지 풍습도 있습니다.

망종보기란 게 있는데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합니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돼 빨리 거둬들이지만 5월이면 보리 수확이 늦어집니다.

이 말고도 보리그스름(보리그을음) 먹기, 보릿가루로 죽 해먹기 등의 풍습도 있네요.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불에 그을려서 반쯤 익은 보리알을 손으로 비빈 뒤 입으로 불어내고 먹거나 보리알을 모아 솥에 볶은 뒤 맷돌에 갈아 채로 친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끓여먹으니 배탈이 나지 않습니다.

또 망종날에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다음 날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약이 된다고 해 먹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