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국민의힘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가 7일 장동혁 대표가 이날 발표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재건축 수준이 필요한데 인테리어에 머물렀다"고 혹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계엄 옹호 세력과의 명확한 절연도 촉구했다.

'대안과 미래'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사과를 주도했던 25명의 의원이 결성한 모임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TV

'대안과 미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장 대표의 입장문에는 잘못된 과거와의 절연, 반성, 정책과 청년 중심 정당으로의 전환 등 긍정적 지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해가 바뀌면 파격적 변화를 하겠다'던 약속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와 쇄신의 선결 조건은 분명하다"며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절연"을 요구했다. 이어 "오늘 메시지에는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담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안과 미래'는 장 대표가 계엄을 두고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한 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그 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판단과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외면한 채 모호하게 넘어가겠다는 태도는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라 강이 두려워 회피하고 돌아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했지만 지금 당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화합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안과 미래'는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옹호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단절 선언 ▲당의 가치와 비전 확립 ▲당내 통합과 당 밖 합리적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를 요청했다.

이들은 "장 대표가 말한 '이기는 변화, 새로운 시작'은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에서 출발해야 하며, 시대정신을 담은 가치와 비전을 세우고 통합과 연대를 구현할 더 큰 그릇을 준비하는 일로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도 이날 장 대표의 혁신안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안과 미래' 의원 모임 텔레그램 방에서 "장 대표의 쇄신안이 계엄 책임을 인정한 기존 당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메시지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 대표가 과거 사안을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한 것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무책임하다고 했다.

특히 "국민이 100을 기대했다면 150을 해야 혁신인데 당대표는 50에 그쳤다"며 "윤석열을 다리에 매달아 놓고 무슨 선거를 치르느냐"고 직격했다.

앞서 '대안과 미래'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당 노선을 중도 지향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당 지도부가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당심(黨心)과 민심 간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 병·재선)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과 위기도 우리가 권력에 취해 민심과는 역행하는 정치를 한 결과이며 그 극단적인 표현이 비상계엄이었다"며 "민심이 당에 어떤 명령을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구 갑·재선)도 “우리 당이 자기합리화에 약간 빠져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위기가 왔는데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게 국민의힘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윤 어게인(again)'에 가까운 주장이 지지층 사이에서 계속 재생산되며 민심에 대한 당내 인식이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당심이 민심과 떨어져있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이고, 그 출발은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는 당 지도부와 소장파 의원들 간에 벌어진 '여론조사 해석 논쟁'을 계기로 마련됐다.

소장파 그룹은 지난해 6·3 대선 이후 한국갤럽 등 전화면접 기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에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중도 확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도부는 전화면접 조사가 '샤이 보수' 현상 때문에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며 리얼미터 등 자동응답(ARS) 방식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 12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향자 최고위원이 낮은 당 지지율을 지적하자 김민수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흔들려는 것이냐"고 공개 반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세미나에서 "선거 전에 불리한 여론조사를 '샤이 층'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무응답도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에서 참석한 정희용 사무총장은 "여러분의 말씀에 대해 기탄없이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며 "집토끼라고 하는 당원 분들도 전략적 고민을 한다. 우리 지지층도 설득하면서 외연 확장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