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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에서 찾는 지혜] '달도 차면 기운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세강필약(勢强必弱)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4.13 14:17 | 최종 수정 2024.09.02 14:39 의견 0

먼저 우리의 민요 한가락을 읊어보시지요.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자/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차차차"

꽃피는 춘삼월 봄날, 가기 전에 즐기자는 내용입니다. 꽃이 피어 있을 때, 젊어서 놀 수 있을 때가 좋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석주 이원무 작. 한국서가협회 경북지회 제공

오늘은 '젊어서 놀자'는 뜻과 비슷하면서도 달리 '권력'에 빚대 접근한 '세강필약(勢强必弱)'이란 사자성어를 살펴봅니다. 세력 세, 강할 강, 반드시 필, 약할 약. 풀이하면 '세력이 강성하면 반드시 약해지기 마련이다'란 뜻입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세강필약(勢强必弱)'으로 사용됩니다. 물극필반은 물건 물, 다할 극, 반드시 필, 돌아올 반입니다.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물장즉노'(物壯則老·만물은 장성했다가 쇠퇴한다)를 비롯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10년 가는 권력 없다), 기만측경(器滿則傾·그릇이 차면 넘친다) 등 비슷한 한자성어는 수두룩합니다.

권력과 부가 흥할 때 자신을 경계하라는 지적입니다. 인생사를 보면 이를 지키지 못해 불행해지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거꾸로 보통사람의 눈에 떵떵거리거나 있는 척 하는 꼴이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저런 문구들이 나왔겠나 싶습니다.

서슬 퍼렇던 문재인 정권의 수명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정권이 시작된 이후 오랫동안 군사정권 때처럼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적폐청산'을 칼로 삼아 휘두르고 들이댔지요. 많은 사람이 적폐란 미명(美名·그럴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하에 세상을 등졌고, 수백 명이 이념적 잣대에 피를 보았지요. 뭇사람들은 이를 들어 해방 이후 완장 찬 좌익들의 난동을 보는 것 같다고 혀를 찼습니다.

이 지적은 상당수 맞았습니다. 공포감 조성해 놓고서, 국민들 갈라치기 해두고서 5년간 해온 행위들을 보시지요. '촛불정권'이란 말이 무색하게 권력을 쥐더니, 자신들이 죽창들고 달려들었던 대상들보다 덜하지 않은 사례가 꽤 많습니다. 그러고서 지금까지도 포장에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쇼만 하고 가려나 보다 합니다.

문재인 정권은 이제 권력을 내놓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100년 정권' 가져간다던 허세는 온 데 간 데 없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나라'만 남긴 셈이 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또다시 도진 내로남불 옹심인가요?

172석의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결정 짓고 국회 본회의를 통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검찰의 무소불위에 수술 칼을 들이대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돌아서 민주당을 마주보면 이 결정이 순수한가 의구심이 심히 듭니다. 자신들이 정권 내내 휘둘렀던 칼날이 되돌아와 찌를까 봐 무서워서인가요?

다른 것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검찰이 그동안 묵혀두었던 문재인-이재명 비위를 캐려고 꿈틀대자 이를 막겠다는 단초적인, 비급한 결정이란 사실을 목도하게 됩니다.

검찰 개혁이란 주장만으론 명분이 약해 보입니다. 더욱이 그동안 거대 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정권 5년 내내 해왔고 마무리 했다고 자평한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일련의 행위에 이런 저런 꼼수가 자리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마뜩찮다는 말입니다.

의외로 많은 법조인과 법학계,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서고 있는 것도 상식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라는 메시지입니다. 정의당도 반대를 분명해 했습니다. 좌파 시민단체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도 반대합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은 모든 것이 '절대 선'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포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설프게 잘못 하고 엉뚱하게 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국가적 낭비와 손해도 엄청났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이란 무기를 들고 자신들이 저질러놓은 비위들을 뭉개고 가려고 합니다. 이는 의회 다수당의 '묻지마 결정'으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존의 어느 정권이 권력을 내주는 막판에 이런 행위를 했는가요?

5년간 음으로 양으로 해온 비리가 많긴 한가 봅니다. 시중 장삼이사(張三李四·장씨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란 뜻으로,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민주당이 저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시기도 오해를 받기 딱 알맞습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세강필약(勢强必弱)'은 떠날 때를 잘못 택하거나 때를 알지 못하면 추하게 되고, 잘못 하면 절벽에서 떨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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