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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시풍속] 오늘(13일)은 옛 명절 '유두절(流頭節)'입니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7.13 14:23 | 최종 수정 2022.08.04 16:50 의견 0

오늘은 액을 떨치고 농사가 잘되길 비는 유두절(流頭節)입니다. 음력으로 6월 15일인데, 요즘은 거의 모른 채 지나치는 명절입니다. 풍속이 바뀌었으니 그렇습니다.

유두절은 더위가 본격화 하는 절기인 소서(小暑·작은 더위, 7월 7일)와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때인 대서(大暑·큰 더위, 7월 23일) 사이에 있습니다.

신라시대 때 생긴 풍속인 유두(流頭)는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동쪽으로 흐르는 물을 맞고 목욕하는 것)'의 준말입니다. 유두(流頭)를 소두(梳頭)·수두(水頭)라고 표기하는데 수두란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로 '물맞이'라는 뜻이라네요. 요즘에도 신라의 옛땅인 경상 지방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로 부릅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았다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선조들은 유둣날 동류(東流·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운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선조들은 맑은 시내나 산간 폭포에 모여 몸을 씻고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를 유두잔치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더위를 먹지 않고 여름에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유둣날 물맞이 풍속은 신라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동쪽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머리를 감는 이유는, 더위에 힘든 것이 음기가 강해 생긴다고 믿어 풍수지리에서 해가 뜨는 동쪽이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곳이니 양기로 음기를 눌러 나쁜 액을 물리친다는 의미랍니다.

기자 개인 생각으로는 신라의 수도가 경북 경주였고, 경주는 한반도 동쪽 끝이고, 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시원한 물은 대부분 동해로 흘러갔기 때문이 아닐까 해 봅니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유두면(밀가루 국수), 밀쌈, 밀전병 등 유두절 전후로 수확 하는 밀가루 음식을 많이 해먹었습니다. 밀가루는 찬 성질을 가졌습니다.

또 수단(水團·쌀로 만든 경단), 건단(乾團), 기주떡(증편) 등도 즐겼고요.

수단은 멥쌀가루로 경단(瓊團·찹쌀가루, 찰수수 가루를 반죽해 밤톨만 하게 빚은 떡)을 만들어 꿀물이나 오미자 물에 넣고 얼음에 채워 먹는 화채입니다. 수단은 단오 음식으로 먹기도 했는데, 덥고 지치기 쉬운 여름에 먹어 기운을 내게 하는 전통 음료입니다.

꿀(봉밀)은 기침을 멎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줘 허약자에게는 좋은 보약입니다.

위염, 구내염, 기관지염, 피부염 등의 염증에 효과가 있고 통증을 줄여주고 변비에도 도움이 됩니다. 오미자는 몸이 허하고 피로할 때나 식은땀이 날 때, 숨이 차고 기침이 있을 때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기주떡은 요즘의 술떡(술빵)으로, 더운 날씨에도 상하지 않고 탁주를 넣어 새콤해 입맛을 돋워주고 소화도 잘 시켜 여름철 대표 떡입니다.

유두절에 먹는 밀쌈.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캡처

유둣날엔 피·조·벼·콩 등의 곡식과 과일을 사당에 차리고 고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농촌에서는 밀가루로 떡을 만들고 햇과일을 장만해 논의 물꼬와 밭 가운데 차려놓고 농신(農神)에게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오늘은 전국에 걸쳐 장맛비가 옵니다. 계곡물에 몸을 퐁당 담그지는 못하지만 쏟아지는 장맛비를 벗삼아 옛날에 먹던 유두면, 수단, 상화병(霜花餠), 밀전병 등을 만들어 먹어도 뜻깊겠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삶은 강냉이(옥수수)나 찌짐(부침개)을 부쳐먹으면서 이날이 유래를 음미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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