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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당당치킨 싸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8.13 15:41 | 최종 수정 2022.08.20 13:32 의견 0

홈플러스가 내놓은 '당당치킨'의 파장이 확산일로입니다. 맛이 프랜차이즈에 뒤지지 않고 가격이 절반 정도로 싸다는 말이 확산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당치킨발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대는 마진율 30%에 치킨 3만원 시대를 언급한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들입니다. 그동안 치킨 값 인상을 주도해온 교촌치킨, BHC, 제네사스BBQ 3사이지요.

홈플러스 한 매장의 '당당치킨' 조리 주방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우선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을 일시적으로 내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치맥의 계절인 여름이라서, 고물가 시대라서, 방문객 유도 미끼상품만으로 내놓은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한 상품입니다.

홈플러스는 초복인 지난 7월 16일 한 마리에 4990원인 치킨 5000마리를 선착순으로 팔아 시장의 눈치를 살폈지요. 히트를 치자 8월 3일 '두 마리 치킨'을 매장당 10~20마리 정도로 한정해 가정에서 시장을 볼 시간대인 오후 3시에 맞춰 팔았습니다.

지난 7월 15일 특허청에 당당치킨의 상표등록까지 마쳤습니다. 롯데마트의 '한통 가득 치킨'과 이마트의 '5분 치킨'은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거나 일시적 상품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지요.

당당치킨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이재훈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해 5월 취임했는데 비슷한 업종인 KFC, 피자헛 등의 이력을 갖고 있어 1년 동안 면밀히 준비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시스템을 잘 알고서 파고 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홈플러스의 한해 매출은 6조 4800억원으로 이마트(매출 24조 9000억원)에 치이고, 롯데마트(5조 1000억원) 쫒기는 상황이라 '위기경영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대표의 이력을 더 살펴보면 지난 30여년 리테일 리테일(retail·유통), 소비재 부문 최고경영자(CEO) 경력만 10년이 넘습니다. 펩시를 거쳐 2000년부터 피자헛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개발책임자(CD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쳤다고 하네요. 2006년부터는 편의점 체인인 바이더웨이, KFC코리아의 CEO를 역임했습니다.

두번째는 고물가 시대에 맞춰서 고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핵폭탄급 가격의 치킨을 내놓아 맞불을 놓았다는 점입니다. 고물가 잡기에 고심인 정부가 개입 하기란 여건상 만만찮아 보입니다.

다만 당당치킨의 인기가 지속되면 피해를 입을 소상공인인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가만 있진 않을 겁니다. 실제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반값 치킨을 내놓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가맹점들이 반발하면서 1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됐었지요.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7천원짜리도 저렇게 맛있는데 재료를 비싸게 공급하는 본사에 가서 항의하라"며 시선은 싸늘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지금 여론도 잠재우고, 업주들을 달래려는 묘수 찾기에 여념이 없을 겁니다. 자칫 본사는 정부의 세무조사나 불공정거래 점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는 12년전 롯데마트가 내놓은 '통큰치킨' 때완 분위기가 완전 다릅니다. 비싼 값에도 치킨을 입에 우겨넣던 소비자들이 분개해왔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의 횡포'란 프레임에 중단됐던 '통근치킨'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지요.

SNS나 포털 댓글을 보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치킨 3사는 과점입니다. 육계에서부터 치킨까지 수직계열화 돼 문제가 제법 있다는 지적을 오래 전부터 받아왔지요.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을 내놓을 때 슬로건(구호)을 '치킨 3만원 시대, 위기에 빠진 치킨 물가를 구하자'로 내세웠지요. 다분히 공격적입니다.

치킨이 이전의 '특식'이나 '별식'의 개념이 아니라, 요즘은 틈 나면 먹는 '간식'이나 '야식'으로 여긴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기도 하지요.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대표 음식인데 2만원대 중반 가격에 사먹는 건 부담이란 얘기입니다.

당당치킨은 MX 세대인 홈플러스 최유정 델리 MD가 기획을 하고, 한상인 메뉴 총괄 이사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연중 진행하는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치킨처럼 고객이 즐겨 찾는 먹거리를 엄선해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오랫동안 전략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다만 당당치킨이 출시 한달만에 22만마리를 팔아 업계 5위인 굽네치킨이 한달만에 1000만마리를 판 '고추바사삭 치킨'과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당치킨이 홈플러스 매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홈플러스 델리부문 매출이 당당치킨 출시 이후 49%나 올랐다고 합니다.

이 다음에 대형마트,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 정부 간의 이해 충돌은 어디로 튀고, 결말을 맺고 자리를 잡을 지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성비 좋은 당당치킨은 계속 공급돼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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