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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사라졌던 '물물교환'이 되살아난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0.30 20:18 | 최종 수정 2022.11.14 14:51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정 넘치는 우리동네'란 작은 코너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나보다 덜하고, 없는 이웃을 더 자주 바라보고 돕자는 취지입니다.

도시나 시골이나 정이 메말라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습니다. 내남 없이 이웃이 없어진 요즘의 실상이자 민낯입니다. 남보다 더 가져야 하고, 남보다 더 잘 돼야 한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때문이겠지요.

한 가정에서 계란을 주고 받은 왕감. 농촌에서 일고 있는 물물교환 사례다. 정기홍 기자

하지만 기자는 요즘 이를 무색케하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주고받는 오가는 '물물교환'이 되살아난 현장들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닭을 기르는 농가에서 계란을 보내면 이를 받은 상대방은 자기 집에서 따놓은 왕감(대봉)을 답례하는 식입니다. 수확한 밤을 한 바구니를 주니 사과를 한 광주리에 담아오기도 했습니다.

한 가정에서 이웃에 준 계란. 이상 정기홍 기자

50~60대 남성들은 저녁 술자리 땐 한 사람은 남새밭에서 기른 상추를 뽑아 깨끗이 씻어오고, 다른 사람은 술을 공수합니다. 이러니 술맛도, 분위기도 틀에 박힌 도시보다는 유별납니다.

꼭 '너가 주니, 내가 준다'는 식은 아니고 이전부터 제법 정착돼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수확의 계절인 요즘엔 이런 장면이 더 자주 보입니다. 오염 됐던 마을 도랑에 작은 피라미가 되돌아온 듯한 반가움입니다. 돈이 매개가 안 되는 거래이니 보기도 좋습니다.

우리의 전래 풍습에 "콩 한쪽도 나눠먹자"는 말이 있습니다. 먹을 게 풍족한 요즘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지만 서로간에 나눠먹자는 것이지요.

돕고 사는 사례에는 잘 알려져 있는 '두레'도 있습니다. 두레란 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향촌 주민들이 마을·부락 단위로 둔 공동 노동조직입니다. 손이 모자란 농사철에 농사를 함께하고 경조사 때 서로 돕는 전통문화이지요.

농어산촌에서나마 '물물교환'이 되살아나 자리를 잡아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화폐, 즉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은 거래가 깔끔하고 편리하지만, 아무래도 이해타산적인 거래이지요. 물건을 직접 주고받는 '물물 거래'에는 정(情)이 듬뿍 깃듭니다.

팍팍하다는 요즘 세상, 물물교환 사례가 더 확산돼 정을 더 많이 주고받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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