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자주 가는 체인점 순대국밥집이 있습니다.
이 가게에는 주방과 서빙홀에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 몇 분이 밤낮 교대로 일을 합니다. 한국 땅에 온지가 오래됐는지 한국인 말의 억양과 거의 같습니다. 자주 가다보니 이웃같이 이야기를 하며 먹고서 나옵니다.
지난 18일, 여느 때처럼 국밥에다 먹걸리를 시키고서 앉았지요. 옆 좌석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혼자서 순대국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를 거치해놓고 야구 중계에 몰두하면서···. 여느 젊은이들과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기자가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순대국밥을 싹 비우고선 김치 등을 담았던 그릇을 하나씩 큰 그릇에 차곡차곡 포갠 뒤 수저도 그 위에 넣고, 그리고 마시던 막걸리 플라스틱병도 바람을 빼고 마개를 닫고 일어서더군요. 이 집은 반찬을 먹을 만큼 덜어서 먹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리고 신기했습니다. 집에선 귀여움을 받을 20대 젊은 청년의 마음 쓰임새가 참으로 기특하게 보였지요. 내심 감동을 '찐하게' 받은 장면이었습니다.
서빙 하는 동남아 여성분에게 "너무 특이한 걸 봤다. 젊은이들이 저렇게 하는 경우가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곧바로 "많아요"라고 단답으로 말하더군요.
20~30대 젊은이들이 저렇게 정갈하게 자기 밥상을 정리 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개를 갸우뚱한 채 뿌듯한 마음에 막걸리 한병을 더 시켜 마시고서 나왔습니다.
이틀 후 저녁···.
이번엔 20대 초반의 앳된 젊은 여성이 혼자 그제 청년이 앉았던 자리에서 순대국밥을 먹고 있더군요. 의자에 양반다리로 포개고 앉아서 먹는 폼이 영락없이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고 자란 요즘 20대의 모습이었지요. 그런데 이 젊은 여성도 이틀 전의 청년과 같이 자기가 먹은 그릇을 말끔하게 포개놓고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감(촉)이 와닿았습니다.
홀서빙을 하는 동남아 여성분께 "저 친구들이 다른 곳에서 홀서빙을 경험해본 것 같다"고 하니, 잘 모르겠고 요즘 젊은이 중에 저렇게 치우고 나가는 경우를 자주 본답니다.
50~60대 중년의 나이대는 이전 윗세대와 달리 자식들을 곱게 키웠습니다. 시쳇말로 "오냐, 오냐" 하며 키웠지요. 지금 30대와 40대 초반들입니다. 간혹 "엄히 키우지 못해 버릇이 없다"는 말을 듣는 세대이기도 하지요.
또 더 놀란 말이 홀서빙을 하는 동남아 여성분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 여성분은 "20~30대와 달리 40대~50대 초반 한국 분들은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뒷정리를 하면서 화가 날 정도로 지저분하게 해놓은 경우가 많아요"라고 하더군요.
"왜 그런가요"라고 더 묻지 않았습니다. 이 여성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요.
묻지 않은 것은 한국에서 살게 된 동남아 여성분이 직접 체험한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의 순수한 눈(평가)에 들어온 것에 기자의 오염된 의미를 덧대지 않고 싶었지요.
40대 초반의 대부분은 아르바이트과 같은 혼자 돈을 벌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입니다. 집에서 부모들이 '받들고' 키우다 보니 소위 말해 '지 잘난 맛과 멋'으로 큰 세대란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반면 20~30대 초반은 극심한 취업난에 일반화 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상 사는 법을 보다 일찍 깨쳤지요. '3포 세대' '5포 세대'라는 단어가 따라 다니는 연령대입니다.
기자들의 기질이 그렇듯 생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알바 말고도 연결고리는 더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이해찬 세대'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한 과목만 잘 해도 대학 갈 수 있다'고 말할 때 고교를 다닌 세대입니다.
참고로 이해찬 세대란 국민의정부 출범 이후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재임(1998~1999년) 하면서 대입제도를 개편 할 때 대상이던 연령대 학생들을 일컫습니다.
40대 초반의 분들이 들으면 굉장히 언짢겠지만, 학교 교육이란 면에서는 야간자율학습과 모의고사 등이 크게 줄면서 대학 진학에서 손해를 본 세대라고 합니다. 대신 자유와 분방을 추구했던 세대이지요.
혹자는 학교 교육이 전부냐고 하지만 어쨌거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느 시대에서나 국가마다 학제(學制·학교 또는 교육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20대는 싹싹한데, 40대는 고집이 드세다"는 일각의 지적도 와닿더군요.
공자의 말로는 나이 40대는 특정한 일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입니다. 이해찬 세대는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세대가 과연 좋은 인생길을 걷는가의 판단은 그 기준과 가치에 따라 다를 겁니다. 다만 이 세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섬'과 같은 세대입니다.
기자가 더 궁금한 것은 다음에도 위에서 본 두번의 장면을 볼게 될지입니다.
홀서빙 동남아 여성분에게는 "사회에 갓나온 참한 20대를 보니 한국의 미래가 밝아보입니다. 기분이 꽤 좋네요"라고 당당히 말하게 되더군요.
한편으론 책으로 배워야 할 나이대인 저 어린 친구들에게 기성세대가 너무 큰 짐들을 지웠다는 자괴감도 무겁게 지닌채 음식점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